섹스리스

2005-11-07     편집국

올 초 일본가족계획협회는 ‘섹스리스’ 부부가 30%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섹스리스란 정상적인 부부임에도 성생활을 거의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아직 명확하게 의학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월 1회, 혹은 3달에 1~2회 정도 수준을 말한다. 특이하게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는 이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는 더욱 복잡해진 현대를 살아가면서 과중한 일의 부담 등으로 일찍 귀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며, 수입의 남녀 차가 없어져 아내가 남편에게 ‘아냐, 싫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요인이 된다. 서양에서는 원만하지 않은 성생활을 참고 지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적거나 없겠지만, 또 그만큼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인생을 우리와 같이 참고 지낸다거나, 애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일은 거의 없다. 항상 사랑을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서로 미련없이 돌아서는 것이다. 

2004년 실시된 국제조사에서 세계 41개국 국민들의 연간 성행위 횟수는 평균 103회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이 조사에서 빠졌지만 ‘참고’할 수 있는 일본은 프랑스(137회), 그리스(133회), 헝가리(131회), 중국(90회) 등에 크게 못 미치는 46회로 꼴찌를 차지했다. 양보다 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주위의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떨어진다면 더욱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고개 숙인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섹스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서로 반신반의 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 직장 일을 서둘러 끝내고, 집과 밤이 그리워지는 생활을 만들 수 있을까?

섹스에 앞서 준비 사항을 체크해 보자. 우선 샤워를 하고 이를 닦은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10분). 그 다음에는 불을 끄고 애들이 잠들 때 까지 기다린다(10분). 마지막으로 문을 잠그고 피임기구를 준비한 후 눕는다(5분). 여기까지 모든 게 다 잘 돌아갈 때에만 실제 행위가 시작된다. 먼저 필요에 따라 대화, 키스, 애무, 체위 선택 그리고 다른 동작이 전부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뒤에야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15분).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역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아내는 더욱 예민하여 절정으로 다가서다가도 쉽게 허물어져 버리고 만다. 어렵게 마련한 자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예기치 못한 일로 허물어져 버리는 일이 많아지면, 나도 모르게 섹스리스 부부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섹스를 하느니 차라리 외식을 하겠다(다른 것을 하겠다)는 여자들이 늘어만 갈 것이다. 

섹스리스의 원인으로 직장생활에 오는 스트레스, 여성의 사회 진출로 인한 가정시간의 제한,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섹스자체에 흥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복되는 남성위주의 성행위에 대해 여성이 점차 흥미를 잃어간다. 남녀 간의 섹스에 대한 의식구조를 보면 남성은 흥분되기 시작하면 곧바로 삽입하고, 사정하면서 절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보통 5분에서 10분 걸린다.

반대로 여성은 분위기 잡고, 애무도 하면서 서서히 달아오른다고 생각하며, 이는 30분 혹은 1시간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야만 멋지고 제대로 된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남성의 역할에 따라 절정(오르가즘)에 달하지 못하고 끝나는 수가 많다.

남성은 사랑의 감정 없이도 사정을 통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지만, 여성은 사정이란 과정이 없는 대신 사랑의 감정이 수반되어야만 극치감에 이르는 게 통례다. 여성의 이런 미로 같은 심리 과정은 천천히 발동되고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반면 남성은 성적 자극이 귀두부를 자극하는 순간 이내 중추에 도달하고 그 자극이 일정 수위에 이르면 사정을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결국 남성위주의 성행위는 여성으로 하여금 절정을 느낄 수 없는데서 오는 짜증과 실망, 기피가 반복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섹스를 기피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서로가 오르가즘을 겪는 것이다. 물론 동시에 같이 겪으면 최선의 결과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약간의 시간차이를 두고서라도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성은 최대한 여성을 배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흥분하면 빨리 삽입하고, 사정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행위로 여성이 만족해하고 오르가즘을 겪는다면 남성의 오르가즘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거꾸로 여성이 자신은 오르가즘을 겪지 않으면서, 남성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혹은 남성이 빨리 끝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것처럼 꾸미는 속임수는 사용하지 말자.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아무리 육체적 성행위가 쾌락을 위한 것이라 하여도, 정신적인 만족감 없이는 진정한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성교 중 자신만 사정하고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면 무능력하게 느껴진다. 남자는 삽입하고 왕복운동으로 페니스에 직접적인 자극을 받아 쉽게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단지 질에 대한 자극으로만 오르가즘에 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의 경우 오르가즘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는 클리토리스에 대한 자극이 필수적인데, 실험에 의하면 여성의 오르가즘은 언제나 외생식기에 있는 클리토리스 자극으로 발생한다. 즉 여성의 모든 성적 쾌락은 생리적으로 클리토리스에 연결되어 있다.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성생활을 위해서는 서로 간에 비슷한 시간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남성이 서서히 오르가즘을 느끼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여성이 빨리 오르가즘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클리토리스를 직접 자극하여 4분이면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다. 여성이 빠르고 쉽게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방법은 클리토리스에 직접 자극을 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체위 중 여성상위가 가장 좋다. 여성상위의 자세에서 여성은 스스로 클리토리스에 자극을 주는 자세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으며, 반대로 남성은 위에서 만족스러워 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강 성교는 어떠한가? 과거에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오럴섹스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자녀들 때문에 곤란 했다는 말이 있는데, 반대로 클리토리스에 자극을 주는 강렬한 방법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호기심이 있으면서도 음모가 남자들의 입안으로 들어간다고 걱정하고, 독특한 체취가 불쾌하다고 생각하며, 거꾸로 남자가 굴복하는 느낌 등으로 선뜩 내키지 않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예전에는 여성들에게 선택의 기회도 없었고, 모두 수동적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도, 선택할 능력도 생겼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위다. 과거부터 자위행위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죄라고 금기시켰으나, 오늘날 전체 성인의 대다수가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통계적으로 자위행위를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죄의식을 느끼고, 자위 경험이 없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자들보다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못할 확률이 다섯 배나 높았다. 자위하는 법을 배우면 자기 몸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

정리해보면 여성은 정상적인 부부생활 없이도 기구를 사용하든, 자위를 하던 간에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남편과의 성행위에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남성이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섹스는 제대로 된 성행위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이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건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성적흥분과 오르가즘에서 남자와 여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이 오르가즘에 빨리 오도록 노력하여 타이밍을 맞춤으로써 서로 존경이 깊어지고,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과 신뢰가 깊어질 수 있다. 여성이 섹스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면, 남성 또한 즐거움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여성들이여 위로 올라가라!

글 / 플러스성형외과 신영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