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하는 철학이 있는 정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200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를 구성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자고 제의했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놓고 위원회 정치, 포플리즘에 편승한 정치, 원칙과 방향이 없는 정면돌파형 정치라는 등 많은 비판이 가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은 우려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국민대통합연석회의에 대한 제의는 이미 국무총리 산하에 조직을 갖추고 12월 중에 출범한다는 원칙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이는 제안의 수준을 넘어서 이미 다 준비된 상황에서 제안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국민에게 알리는 것으로 대연정의 다른 형태가 아닌가하는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번 제안은 그 전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대연정 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또 발표의 시점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시로 인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슬그머니 이번 제안으로 이것을 당연시하고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출범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록 다른 연유로 인해서 국민들의 관심과 언론의 초점을 비켜갔다고 하더라도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표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문제는 이러한 정치행태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있다. 정치를 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정치를 하는 사람과 정치를 바라보는 사람 모두가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 사회와 국가, 그리고 국민을 바라보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학이 있는 사회는 일반적으로 보더라도 건강한 사회이다. 그리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정치에서 철학과 원칙을 찾아볼 수 없게 된지는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 국민들이 정치가에게서 철학과 원칙을 기대하는 것조차 포기한지 오래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건강하고 원칙이 통하는, 그리고 상식이 있는 사회를 원한다. 적어도 예측이 가능한 이성적인 정치를 갈망한다.
감성적으로 그리고 즉흥적인 정치는 결국에 가서 국민이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하고, 만약 잘못되었을 경우 국민에게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또한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가 기대할 수 있는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 즉 철학이 있는 정치를 원하고 있다.
그래야만 희망이 있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국가가 건설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철학이 있는 정치가 우리에게 제시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박광기 교수 /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