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지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른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는 그 짧은 생애동안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 오페라, 미사곡 등 기악과 성악을 넘나들며 무려 1000여곡을 작곡했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모차르트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모차르트가 매우 중요하다. 얼마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여 TV등 공중파 방송에서도 이 영화를 방영한게 아닐까?
1998년 국내에서는 타이타닉이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 후 개봉일이 지연되면서 2000년 가을 초라하게 몇몇 극장에서 개봉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간 명작중 하나인 이 작품은 당시로서도 러시아 최대 제작비인 4500만달러가 투입됐고 시사회도 사상 최초로 그렘린 궁에서 치렀던 그해 타이타닉을 침몰시키고 러시아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작이기도 하다. 물론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흥행에 실패했지만.
강한 러시아 구호가 나오던 시절, 다분히 러시아를 선전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흥행과 호평을 동시에 받았던 이 작품은 94년 ‘위선의 태양’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을 받았던 니키타 미칼코프 감독의 작품으로 이 영화에서도 알렉산드르 3세 역을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러시아 국민의 영웅이라 할 정도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떠나 대통령 출마에도 지지를 많이 얻었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큰 신임을 얻고 있는 스타이기도 하다. 당시 이 작품이 개봉할 시기에만 보더라도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과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 황제 알렉산드르 3세역을 직접 맡은 데도 뒷말이 많았다고 한다. 그를 지지하는 여론과 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선출마는 무산되었다.
원제목은 “시베리아의 이발사 (Barber of Siberia)” 영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제목은 매우 의미가 깊은데 국내에 소개되면서 무슨 근거로 제목이 바뀌어 개봉 된지 모르겠다.
외국영화 제목 바뀌어 개봉 하는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러브오브 시베리아”의 경우는 특히 더 안타깝다. 시베리아의 이발사는 이 영화에 나오는 벌목기계의 이름이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공연장에서 배역을 맡아 공연한 작품(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공연한 이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모차르트의 작품중 피가로의 결혼의 전작이며 주인공과 꼭 닮은 아들이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며 “모차르트는 위대하다”고 외치는 장면과도 연계성은 띄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인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 열차 안에서 모차르트의 노래(오페라)를 힘차게 부르며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계기도 그렇고 이 영화에 있어서 모차르트는 매우 중요한 코드이다.
1885년 시베리아 이발사(벌목기계)의 제작비를 지원받기위해 원래 발명가의 로비스트인 여주인공 제인(쥴리아 오먼드)이 발명가의 딸로 위장하여 러시아에 오면서 사관생도 안드레이(울란 맥시코프)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인데 사관생도들의 진한우정과 가슴 아픈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이영화의 백미다.
또한 광대한 러시아의 배경과 풍습을 한눈에 볼 수 있음에 한번쯤은 러시아를 방문하고 싶어지게 하며 중간 중간에 나오는 OST또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본주의의 상징 미국과 붕괴되어버린 소련과의 설정을 미국인 발명가가 만든 벌목기계로 시베리아의 벌목들을 무수히 잘라버리는 영화 종반부의 장면들은 현재의 러시아 경제실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 감독은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취향이 워낙 개인적인 것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무수히 놓치는 너무나도 아쉬운 영화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영화음악의 선율. 그대로 눈을 감으면 시베리아의 그 광대한 장관이 눈앞에 서린다. 사랑하는 여인을 멀리에서 숨어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안드레이의 슬픈 눈동자와 함께.
제목 : 러브 오브 시베리아
원제 : The Barber of Siberia
감독 : 니키타 미칼코프
주연 : 울란
맥시코프 , 쥴리아 오먼드, 리챠드 해리스
제작국 : 러시아
김수환 점장 / 씨너스 대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