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T 공사에 명품 가로수 고사 위기
BRT 공사에 명품 가로수 고사 위기
  • 김용우 기자
  • 승인 2021.07.2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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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성대로 낙우송 가로수 전경
북유성대로 낙우송 가로수 전경

2024년 개통 예정인 대전 외삼(반석역)-유성복합터미널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간의 낙우송 가로수 절반 이상이 생사기로에 놓이게 됐다.

대전시는 BRT 정류장 설치를 위해 화단형 중앙분리대 철거를 계획하고 있어 화단에 식재된 30년생 낙우송 100여 그루 이식(移植)이 불가피하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 건설관리본부는 북유성대로(월드컵네거리-남세종IC) 인근에 심어진 낙우송 186그루 중 80그루는 존치하고 BRT 정류장 및 도로확보에 저촉되는 106그루에 대한 이식을 계획 중이다.

문제는 낙우송 대부분이 대형·고령목으로 이식 후 생존 확률이 낮고, 이식을 위한 사전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실제 관계기관은 낙우송 106그루를 옮겨 심을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데다, 정확한 이식 시기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가로수 존치 등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지적에 건설본부 측은 긴 호흡을 갖고 가로수 관리 주체인 유성구청과 협의를 통해 이식 장소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건설본부 한 간부는 “낙우송이 식재된 도로의 경우 공사 착공 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 “이식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유성구와 협의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성구 녹지산림과 관계자는 “100% 존치가 가장 좋겠지만, 부득이 이식을 할 경우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달라고 시에 요청한 상태”라며 “앞으로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 원예 전문가들 낙우송 이식 성공 담보 못해...고사 가능성 대두

전문가들은 침엽수과 나무인 낙우송을 이식하게 되면 생존율이 극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식 성공률은 3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 이들은 안전한 낙우송 이식을 위해선 2년 전부터 사전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긍주 충남대 원예학과 교수는 “수령이 30년으로 높고 침엽수과인 낙우송은 이식 성공률이 매우 낮다”면서 “수령이 높은 수목일수록 이식 전 최소 2년 전에 단근(뿌리돌림) 등의 준비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단근 작업 이후 잔뿌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활착률이 높아져 이식 성공률이 높아진다”면서 “봄과 여름철에 뿌리가 잘 자라는 만큼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조경업체 대표 A씨는 “낙우송은 이식 성공률이 낮은 나무 중 하나다. 단근 작업은 원칙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나무가 도로 중앙 화단에 식재된 만큼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북유성대로, 산림청 주관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 전국 1위

   허 시장, 유성구청장 시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받아

북유성대로는 전국에서 인정받은 명품 낙우송 가로수길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5년 유성구는 산림청이 주관한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해 최우수상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유성구청장이었던 허태정 대전시장이 직접 상을 받았다.

지역사회에선 멀쩡한 낙우송 106 그루가 뽑히게 될 경우 가로수가 발휘 중인 열섬현상·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1000개의 도시숲 조성을 예고한 대전시와 정부가 추진 중인 '2050 탄소중립' 정책과 역행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 결국 돈 때문에...?

'갈 곳 잃은' 낙우송에 대한 지역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존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돈 때문이다.

대전시 입장에선 낙우송 186그루 존치 시 추가 용지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따른 추가 보상비 및 공사비가 최대 수백억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반면 이식 비용은 대략 7천 만원으로 알려졌다. 추가 비용보다 중앙분리대 철거 비용이 저렴해 경제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BRT 공사는?

대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실시설계 등을 거쳐 지난 2018년 3월 외삼(반석역)-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 공사를 시작했다. 해당 공사는 반석역에서 유성복합터미널에 이르는 6.6km 구간에 BRT 전용선을 확보하고, 정류장 4개소를 설치하는 국책사업이다.

현재 운행 중인 반석역-세종 BRT 노선을 구암동 유성복합터미널까지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외삼-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 공사는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완공 계획은 지난해 12월이었다. 그러나 토지보상 면적이 늘었다는 이유로 올해 12월로 한 차례 변경 후 내년 12월로 또 연기했다. 게다가 건설본부는 기재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통해 2024년까지 공기를 연장할 것으로 전해져 도로개통까지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결 공사의 시공사는 구보종합건설(주)과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호반산업으로 총 사업비는 국·시비 약 1494억 원이 투입된다.

시 건설본부는 신설도로(구암·장대동) 1.7km 구간 공사를 마친 뒤 기존도로(장대·노은·반석) 4.9km 규모의 개량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로수가 심어진 구간은 기존도로 공사에 속한다. 건설본부 측은 늦어도 내년 10월 화단형 중앙분리대 제거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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