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의 영화콤보
김수환의 영화콤보
  • 편집국
  • 승인 2006.03.10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차르트는 위대하다”

올해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지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른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는 그 짧은 생애동안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 오페라 미사곡 등 기악과 성악을 넘나들며 무려 1000여곡을 작곡했다.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모차르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즈음해 얼마전 TV에서도 이 영화를 방영한 것은 아닐까.

‘러브오브 시베리아’는 1998년 국내에서 개봉된 타이타닉이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면서 개봉일이 지연되는 등 2000년 가을 몇몇 극장에서만 상영된 뒤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간 명작중 하나.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흥행에 실패했지만 당시 러시아 최대 제작비인 4500만달러가 투입됐고 시사회도 사상 최초로 그렘린 궁에서 치렀던 영화로 러시아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작이다.
강한 러시아 구호가 나오던 시절, 다분히 러시아를 선전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흥행과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94년 ‘위선의 태양’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을 받았던 니키타 미칼코프 감독은 이 작품에 직접 알렉산드르 3세 역으로 까메오 출연했는데, 영화감독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도 국민들에게 커다란 지지를 얻고 있던 터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황제 알렉산드르 3세역을 맡은 것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고 한다. 그를 지지하는 여론과 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선출마는 무산되었지만 말이다.

원제인 ‘시베리아의 이발사(Barber of Siberia)’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제목은 매우 의미가 깊은데 국내에 소개되면서 무슨 근거로 제목이 바뀌어 개봉됐는지는 모르겠다. 시베리아의 이발사는 이 영화에 나오는 벌목기계의 이름이며 남자 주인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공연장에서 배역을 맡아 공연한 작품(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공연한 이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모차르트의 작품중 피가로의 결혼의 전작이며 주인공과 꼭 닮은 아들이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며 “모차르트는 위대하다”고 외치는 장면과도 연계성을 띄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 열차 안에서 모차르트의 노래(오페라)를 힘차게 부르며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계기도 그렇고, 이 영화에 있어서 모차르트는 매우 중요한 코드이다.

이 영화는 1885년 시베리아 이발사(벌목기계)의 제작비를 지원받기위해 원래 발명가의 로비스트인 여주인공 제인(쥴리아 오먼드)이 발명가의 딸로 위장해 러시아에 오면서 사관생도 안드레이(울란 맥시코프)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사관생도들의 진한우정과 가슴 아픈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백미다. 또한 광대한 러시아의 배경과 풍습을 한눈에 볼 수 있음에 한번쯤은 러시아를 방문하고 싶어지게 하며 중간 중간에 나오는 OST 또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과 붕괴되어버린 소련과의 설정을 미국인 발명가가 만든 벌목기계로 시베리아의 벌목들을 무수히 잘라버리는 영화 종반부의 장면들은 현재의 러시아 경제실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취향이 워낙 개인적인 것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무수히 놓치는 너무나도 아쉬운 영화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영화음악의 선율. 그대로 눈을 감으면 시베리아의 그 광대한 장관이 눈앞에 서린다. 사랑하는 여인을 멀리에서 숨어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안드레이의 슬픈 눈동자와 함께….
원제 The Barber of Siberia / 감독 니키타 미칼코프
주연 울란 맥시코프 , 쥴리아 오먼드, 리챠드 해리스 / 제작국 러시아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