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콘크리트 농수로·취수보, 생태 친화적 개선 필요
〔현장취재〕콘크리트 농수로·취수보, 생태 친화적 개선 필요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2.07.18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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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뉴스 최형순 취재본부장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가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발판 삼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한국농어촌공사가 큰 역할을 해왔다.

최형순 충청뉴스 취재본부장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수출국들이 ‘식량주권’을 주장하며 식량 수입국들을 식량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수많은 성과 중 괄목할 만한 것은 수리안정적인 농경지를 확보해 기계화 영농이 가능하게 규모화하고, 기반 시설을 과학적·체계적으로 정비해 농업용수 공급 및 배수시설의 첨단화를 실현한 것이다.

그 결과 선진국이 된 지금 우리나라는 주곡에 대한 아무런 걱정 없이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경지정리사업 초기에 열약한 국가 경제력과 생태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소형 야생동물 보존방안이 미흡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형 야생동물의 경우, 로드킬(Load kill) 사고에 희생된 개체 수보다 콘크리트 농수로에 고립되어 희생된 개체 수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예산 황새공원 김수경(박사) 선임연구원은 “ 환경보호단체들이 매년 봄 산란 철이 되면 콘크리트 농수로에 갇힌 두꺼비, 개구리, 맹꽁이, 도롱뇽 등을 구출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류를 포함한 소형 야생동물 보호 방안이 미흡했던 때에 설치한 콘크리트 용ㆍ배수로와 취수보를 생태 친화적으로 개선한다면 생명 다양성 보존 및 복원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환경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농수로에 다양한 방법의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그 결과, 극히 일부이지만 농수로에 고립되었던 소형 야생동물이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양서파충류학회 문광연 이사는 “흙 수로에는 다양한 생명이 살 수 있었지만, 농경지 확보와 유지관리 편의성 등의 이유로 수로가 연직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게 되었다.

하천에 설치된 보는 양서류 등 소형 야생동물의 생태이동을 어렵게 한다.

또한, 상ㆍ하류 이동이 자유로웠던 하천은 취수보에 의해 곳곳이 단절되었다. 소형 야생동물인 양서ㆍ파충ㆍ갑각류는 산란지와 서식지를 순환 이동하는 생활사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 개체로서 생태 피라미드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들이 콘크리트 농수로에 고립되어 탈출하지 못하고 고사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고라니, 멧돼지, 노루 같은 대형 야생동물은 사람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양서류 같은 소형 야생동물은 전염병을 옮기는 파리, 모기나 해충 등을 주요 먹이로 하므로 가축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는 이로운 동물이다.

근래에 기후변화와 더불어 각종 개발로 서식지 훼손이 심각해져 소형 야생동물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그 결과 각종 해충의 수는 눈에 띄게 급증하여 사람과 가축이 입는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 4월, 충북 청주시의회 박완희 의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소형 야생동물이 농수로에 빠져 폐사하는 것을 줄이고자 ‘청주시 소형동물 인공수로 폐사 및 동물 찻길사고 저감 조례’를 제정하였다.

생태친화수로를 연구하는 박찬근(기술사)씨는 “제정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한정된 구역의 산발적인 구출 활동이나 30~100m 간격의 탈출시설 설치만으로는 소형 야생동물 보호에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콘크리트 농수로를 생태 친화적으로 바꾸어 농수로 내에서 고사하는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면 생명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모르타르 산포공법으로 설치된 ‘소형 야생동물 이동로’

연직의 콘크리트 농수로를 다시 흙 수로로 되돌릴 수 없다면 이를 생태 친화적으로 개선하여 더 이상 소형 야생동물이 폐사하지 않고 인간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의 ESG 경영이 화두이다. ESG 경영이란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데 있어 환경보호(Environment)와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Environment) 측면에서 기후변화 및 탄소배출, 환경오염ㆍ환경규제, 생태계 및 생명 다양성 등을 고려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 ·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ESG 경영을 도입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농어촌공사는 ESG 경영의 선봉자로서 탄소중립, 기후변화 대처와 함께 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소형 야생동물 이동로가 있는 ‘조립서식형 수로관’이 설치된 한국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생태 친화적 농수로

공사는 방대한 농업 관련 시설을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 친화적인 농업생산기반시설’로 전환하여 친환경 농어업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농업생산기반시설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어 ESG 경영의 환경(Eco)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방대한 재원을 보유하고 있다.

김우상 한국농어촌공사 기반사업처장은 “현재 기존 보유자산을 활용해 녹색 농어촌 생산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농어촌의 생태복원과 환경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 업 추진을 통해 농어업이 자연과 상생하며 지속 성장해나갈 수 있도 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공사는 ESG 경영의 환경(E)ECO전략의 일환으로 전국 농경지에 신 경망처럼 뻗어 있는 콘크리트 농수로와 취수보에 소형 야생동물의 생활사를 연결해주는 이동로 설치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생명다양성 보존 및 농어촌 생태복원력을 증대시켜 농어촌 공간을 국민의 휴식 공간을 넘어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의 공간으로 재창조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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