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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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토마토 박숙현
  • 승인 2012.08.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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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 notice = nott

‘어쭈?’ 싶었다. 동종업계라고 볼 수 있는 대학생잡지, nott란다. 어디 보자 하는 마음에 찬찬히 살폈다. 교정지 볼 때처럼 아주 꼼꼼히. 매의 눈을 하고 말이다.

▲ NOTT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커지는 동공을 간신이 부여잡는다. 하지만 어느새 올라간 입꼬리에서는 킥킥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쯤 대니 ‘어쭈’가 ‘오호’로 바뀌며, 궁금해졌다. nott, 얘네 뭐야 대체.

nott, 하고 싶은 일
스무 명이란다. 대학생을 위한 문화잡지를 만들고자 했을 때 모인 이들이 말이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허술함’이 매력적인 편집장의 인맥도 한몫했지만 스무 명이라는 적지 않은 이들이 모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 대체 nott가 뭐길래. 스펙 쌓기도 바쁘고, 등록금 벌기도 벅찬데. 이들은 기꺼이 시험기간 밤샘은 물론 무급을 자처하고 나섰을까?

“잡지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멋있는 일이라 동경하고 있어서요.”
nott를 시작한 조한희 편집장의 말이다. 냉철해야 하는 편집장답지 않게 싫은 소리 못 하고, 허술하다는 이 사람. 돈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청년 창업 지원금을 받아서 시작했다. 문화를 키워드로 한 이유는 대전에 문화활동이 적었기 때문이다.

“대전에 문화활동이 적은 만큼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생이 관심 있는 문화를 종합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잡지를 만들자고 했죠.”
그렇게 시작한 nott는 새하얀 백지였다. 누구 하나 잡지를 만들어본 적도, 심지어는 주위에 도움이나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다. 그야말로 순도 100% 천연펄프. 하얘도 이렇게 하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가며 했단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랬던가. 닥치면 다 한다고. 비록 “창간호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굉장히 부족했죠.”라는 김지희 디자이너의 말처럼 부족하고, 아쉬움이 많지만 그들은 nott를 만들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무 명의 힘으로 말이다. 그렇게 작년 12월에 창간한 nott는 지금까지 매달 무리 없이(?) 발행되고 있다.

어설픈 게 매리트
nott는 영어 note와 notice를 합성한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걸 나누고, 알리자는 의미예요.”라고 말하는 조한희 편집장.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걸 마음껏 쓸 수 있는 곳이 nott다. 글 쓰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다. 그래서인지 nott는 어설픈 게 매력이란다.

“지난번에 낸시랭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잡지사에서 인터뷰하는 걸 봤어요.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인터뷰도 술술 하시고. 거기에 비하면 아직 저희는 어설픈 게 많아요. 전문가가 하는 것처럼 능숙하지 않죠. 근데 그런 게 매력인 거 같아요.”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모여 만들기에 어설픔이 묻어난단다. 하지만 nott의 매력은 어설픔에 숨겨진 열정과 의지다. nott에는 시험기간 밤샘도 불사할 만큼 이들의 노력과 애정이 담겨있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단순 디자인 작업부터 공모전 제안서 작성까지 부수적인 일도 ‘맡겨만 주면 다 한다.’는 패기 넘치는 nott. 그만큼 더 나은 nott를 향한 욕심도 남다르다.

“다른 잡지를 보면 말도 못하게 잘 만들었어요. 그 정도로 nott를 더 잘하고 싶어요.”라는 조한희 편집장과 “다른 잡지를 보며 ‘이런 잡지는 어떻게 만들까.’라며 고민해요.”라는 김지희 디자이너는 남부럽지 않은 nott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nott는 노트이자 레고 블록이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쓰고, 만들 수 있는 장(場)이다.

“nott는 노트예요. 막 써내려가는 노트요. 누군가의 지도나 지시, 명령이 아니라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노트를 통해서 해보고 싶은 걸 해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김지희 디자이너)”
“nott는 레고 블록이에요.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가 많기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요. (조한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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