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인가 보다.
하루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까까머리 형이 와서는 니들 “be 동사가 뭔지 알아?” 하고 “I am a
student”를 한번 크게 외치고는 아스팔트 저 너머로 아련히 사라진 게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
잘 나가야 핫도그와 햄버거 이상은 알지
못했던 내게 이해할 수 없는 그 말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언젠가는 “나도 그런 이상한 말을 해봐야지”하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래서
성문종합영어에서 부터 토익까지 달달 외웠지만 그 빼곡히 적혀진 글귀 어디에도 서양인과 얘기할 때는 Eye Contact를 어떻게 하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알지 못하기에 하지 않았고 하지 않았기에 오해의 그늘은 깊어만 갔으며 깊은 오해의 그늘은 필자를 뜻하지 않게 한국에 오게 하지
않았나 싶다.
앞에서 말했듯 아무리 영어를 유창하게 읊어대도,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으면 상대는 우리의 맘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룰이 있는데 그게 바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의 시선을 응시하면 “어, 이게 왜 빤히 쳐다보지?”하는 수가 있지만 서양은 다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고 빤히 쳐다보아야 한다.
하지만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방법이 다르다. 듣는 사람은 그저 가끔씩 눈을 깜빡이면서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 되지만, 말하는 사람은
간간히 좌우를 한번씩 돌아보면서 얘기해야 한다. 말을 할 때도 계속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은 명령을 하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란 눈을 보면 일단 어지럽고 약간은 기가 죽는 우리는 이렇게 하면 된다. 대략 20초에 걸쳐 상대의 왼쪽 뺨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천천히 한 바퀴
돌리는 것이 비법.
그럼 상대는 내가 자신의 말을 무척 열심히 듣는 것으로 착각하니까 말이다.
내가 아무리 속으로 “난 널 사랑하고 있단 말이야”하고 울부짖어도 눈과 눈을 마주보지 않으면, 그녀는 “You don’t love me any longer(넌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로 해석하게 됨을 명심할 것.
필자 이현경(해리)
1996년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유학을 떠났다.
1999년 샌프란시스코 한국일보
기자 및 칼럼니스트였으며 IBM 실리콘 밸리 지사에 근무했다.
2004년 사이언스 타임즈 기자였으며 러플린 총장과 국내
최초로 인터뷰 했다. 조선일보에서 러플린 교수의 연재글을 번역, 정리하는 등 많은 번역과 인터뷰 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영어공부 문제점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현재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의 수석비서로 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