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단골메뉴가 된 비대위
열린우리당의 단골메뉴가 된 비대위
  • 편집국
  • 승인 2006.06.0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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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非常).

사전적 의미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일' 또는 '예사로운 일이 아닌 긴급 사태'다.

열린우리당이 말그대로 비상상황을 맞고 있다.

5.31 지방선거에서 선거사상,정당사상 전무후무한 불명예 기록을 갈아치우며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1주일이 지난 7일 의원총회와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잇달아 개최해 적잖은 논란끝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키기로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인선을 전담할 '8인 인선위원회'의 활동도 시작됐다.

물론 지난 1주일동안 지도체제를 놓고 옥신각신했던 여당의 모습에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민심에 더 귀 기울이고 낮은 자세로 통렬한 반성을 하려는 진통'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비상(非常)이 갖는 정치적 이미지다.

단적으로 비상(非常)정치는 집권여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집권당이 내세운 비상(非常)은 자신들에게 절박할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불안과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하는 부정적 효과를 수반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집권당에게는 '안정'이 필요조건일 수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창당 이후 지난 2년5개월동안 당 의장이 8차례씩 교체되는 비상상황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비상대책위원회를 너무 자주 등장시켜 오면서 내부 구성원들조차 비상의 의미를 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에서는 비상(非常)과 임시(臨時)의 개념이 혼용되는 인상이다.

지난해 10.26 재보선에서 패배한 뒤 출범된 임시집행위원회를 하룻만에 비상집행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한 여당이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열린우리당은 비대위 구성을 통해 정치의 굴곡을 경험해 왔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정수호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같은해 12월에는 이철우 전 의원의 간첩사건이 정치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국회간첩조작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또 2005년 1월에는 이른바 4대개혁법안의 입법실패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됐으며,같은 해 11월에도 10.26재보선 참패에 따른 <비대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올해 6월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체제가 시작된 열린우리당이다.

적어도 열린우리당의 단골메뉴가 되다시피한 '비대위 정치'다.

물론 '비대위'가 열린우리당만의 일은 아니며 한나라당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경우는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된 내부차원이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정치쟁점에 따른 대여전략차원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차이가 있다.

가깝게는 한나라당은 2004년 국가보안법 철폐논란이 확대되면서 <대한민국정통성수호비대위>를 만들었고,지난해 말에는 <사학법비대위>를 구성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비대위 정치>로 당의 체제를 바꿀 때마다 항상 '민심'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 왔다.

그리고는 또다시 무사안일에 빠지곤 했다.

앞으로 한 달여가 지난 뒤 또다시 7.26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진다.

여당 입장에서 재보선 승산이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언제까지 비대위 정치로 집권당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런 대목이다.

1년 365일 매일을 비상의 연속으로 생각하고 민생을 헤아렸다면 과연 선거사상 최악의 참패라는 결과가 나왔을까를 자문(自問)했으면 한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무릎꿇은 바로 그 땅을 짚어야 하는 만큼 등 돌린 바로 그 민심을 처음부터 다시 헤아리는 자세로 새롭게 출발하는 집권당다운 저력을 보고 싶다.

그리고 이번이 바로 그런 차원이라고 한다면 "비대위 정치"의 진정성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nowhe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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