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수 칼럼] 물 위에 도시 뉴욕, 새만금 간척 프로젝트는 무엇을 담을까
[강철수 칼럼] 물 위에 도시 뉴욕, 새만금 간척 프로젝트는 무엇을 담을까
  • 유규상 기자
  • 승인 2025.12.15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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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새만금 간척박물관에서 본 미래의 질문
칼럼리스트 강철수
칼럼리스트 강철수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의 기획전 「뉴욕, 물 위에 쌓은 꿈의 도시」는 단순한 해외 도시 전시가 아니다. 이 전시는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간척 프로젝트를 향해 던지는 하나의 근본적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으며, 과연 어떤 도시를 남기려 하는가.

뉴욕은 처음부터 위대한 도시가 아니었다. 허드슨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습지와 간척지 위에서 수차례 실패와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 도시다. 중요한 점은 뉴욕이 토목 기술 이전에 도시의 방향을 먼저 정했다는 사실이다. 항만과 금융, 이민과 문화, 교통과 공공공간이 하나의 비전 아래 유기적으로 결합되었고, 그 결과 뉴욕은 단순한 항구를 넘어 세계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전시 속 이민자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가난과 불안, 두려움을 안고 도착했지만 그들을 다시 걷게 만든 것은 도시가 제공한 가능성이었다. 뉴욕은 개인의 꿈을 흡수하고 키워낼 구조를 갖춘 도시였다. ‘물 위에 쌓은 꿈’이 허상이 아닌 도시로 완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시선을 새만금으로 돌려보자. 우리는 여전히 면적과 공정률, 예산 규모를 성과로 말한다. 개발청은 계획을 이야기하고, 개발공사는 공사를 말하며, 박물관은 과거를 전시한다. 그러나 이 세 주체가 하나의 미래 서사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도시가 되기 전에 새만금은 아직 ‘사업’에 머물러 있다.

이 지점에서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박물관은 간척의 역사를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세계 간척사와 도시사 속에서 새만금의 정체성을 규정해야 할 플랫폼이다. 이번 뉴욕 전시는 새만금이 무엇을 모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새만금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청사진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토목 중심 개발에서 도시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 단기 성과에서 장기 비전으로의 이동, 행정 편의에서 사람의 삶으로의 중심 이동이다. 뉴욕이 보여준 것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세계는 더 이상 ‘큰 땅’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세계는 ‘의미 있는 도시’를 기억한다. 새만금이 공사로 끝날 것인지, 도시로 남을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새만금은 뉴욕을 닮을 수는 없지만, 뉴욕처럼 결정할 수는 있다고. 이제 질문은 끝났다. 남은 것은 실행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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