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신개념 나노 인쇄술 개발
KAIST, 신개념 나노 인쇄술 개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6.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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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유 나노전사 인쇄’ 기술 세계 최초 구현
금속 박막 나노구조 수중 부유 기술 및 전사 공정 모식도
금속 박막 나노구조 수중 부유 기술 및 전사 공정 모식도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오직 물만을 이용해 초미세 나노 회로를 살아있는 식물 잎이나 굴곡진 과일 표면에 상처 없이 그대로 옮겨 붙이는 전사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박인규 석좌교수 연구팀이 한국기계연구원, 고려대와 함께 물 위에 띄운 정밀 금속 박막을 다양한 3차원 표면에 그대로 옮기는 ‘수면 부유 나노전사 인쇄(WF-nTP)’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전자소자와 센서 제작의 핵심인 기존 나노전사 인쇄(nTP) 기술은 정밀 회로를 다른 표면으로 옮길 때 높은 열과 강한 압력, 혹은 독성 화학 용매와 접착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열에 취약한 생체 조직, 유기체 표면, 복잡하게 휘어진 3차원 곡면에는 정밀 회로를 인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금속 회로를 물 위에 띄워 기판 제약을 없앤다’는 접근법을 사용했다. 먼저 나노임프린팅 공정으로 고분자 틀 위에 금, 백금, 팔라듐, 니켈 등 원하는 금속을 매우 얇게 증착했다. 이후 고에너지 기체 상태인 플라즈마 에칭 기술을 통해 박막과 틀 사이의 계면 결합력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틀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제거했다.

이렇게 처리된 구조물을 물에 넣으면 미세한 틈 사이로 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머리카락 두께의 수천 분의 일에 불과한 두께 20나노미터의 초박막 금속 회로가 원래 형태를 깨뜨리지 않고 스스로 물 위에 둥둥 떠오르게 된다.

물 위에 떠 있는 나노 회로를 원하는 표면에 옮기는 과정은 직관적이면서도 정교하다. 박막 아래로 옮기고자 하는 물체를 담갔다가 천천히 들어 올리는 일명 ‘국자질(scooping)’ 방식을 취한다.

회로가 물체 표면에 얹어지면 물기가 마르는 과정에서 액체가 좁은 공간을 채우려는 강력한 ‘모세관력’이 발생해 회로를 표면 굴곡에 완전히 밀착시킨다. 물이 완벽하게 증발하고 나면 물리적으로 분자 간에 서로 당기는 힘인 ‘반데르발스 힘’이 작용한다.

그 덕분에 별도의 접착제를 전혀 바르지 않고도 표면과의 저항을 최소화한 초밀착 고정이 완성된다.

특히 기존에 박막을 물에 띄우던 유사 방식들은 수용성 폴리머 층을 매개층(희생층)으로 활용해 전사 후 표면에 끈적이는 잔여물이 남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반면 이번 기술은 매개층 없이 금속 박막을 수면에 직접 부유시키기 때문에 이물질이 전혀 남지 않는 청정 전사가 가능하다.

한 번 전사된 박막은 결합력이 극도로 견고하여 다시 물에 담그거나 강한 샤워기 물살에 노출되어도 전혀 분리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강력한 부착력을 이용해 이미 전사된 박막 위에 또 다른 박막을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얹어 정밀 전극을 쌓아 올리는 ‘반복 적층’ 공정까지 성공적으로 증명해냈다.

이번 기술은 스마트팜 분야에선 작물 잎에 직접 센서를 붙여 식물의 수분량, 영양 상태, 생장 신호를 스마트폰 등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농업 IoT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에선 일상복 형태의 스마트 의류는 물론, 피부에 직접 전사해 이물감 없이 심전도와 체온을 측정하는 전자피부(e-skin), 수술 후 재활 모니터링 패치 등 활용도 기대된다.

연구 과정에서 20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이 깨지지 않도록 수면에 띄우는 최적 조건을 찾고, 정밀 포지셔닝을 확보하는 까다로운 과제들을 극복해 낸 연구팀은 향후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추가 탑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이나 현장 작업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나노 패턴 전사 키트’ 형태로 상용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웠다.

박인규 석좌교수는 “이번 성과는 기존 나노전사 기술이 가진 기판과 공정 환경의 한계를 완벽히 뛰어넘어, 살아있는 유기체나 피부처럼 극도로 민감한 표면에도 손상 없이 분자 단위의 정밀 패턴을 옮길 수 있음을 보여준 세계 첫 사례”라며 “웨어러블 센서를 넘어 향후 조직공학과 같은 바이오 영역으로 기술을 확장해 세포 단위에 직접 전기 자극을 가하거나 약물 전달 반응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차세대 생체전자공학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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