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오석진 대전시교육감이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논의와 관련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한 예산 축소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국가 차원의 장기적 투자를 촉구했다.
19일 오석진 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재정의 효율성 제고와 불필요한 사업 정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학생 수 감소를 근거로 교부금을 줄이거나 내국세 연동 구조를 약화하는 방식에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오 교육감은 “학생 수가 감소하더라도 냉난방비와 시설 유지보수비 등 학교 운영 기본 비용은 단순 비례해 줄지 않는다”며 “오히려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 부담이 늘 수 있어 ‘학생 수×단가’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교육감은 지금이 재정 축소가 아닌 디지털 인프라 구축, 기초학력 보장, 유보통합, 늘봄·돌봄, 교권 보호 등 신규 수요에 대응해 교육의 질을 높일 투자의 적기임을 피력했다.
그는 “학생 수 감소를 재정 축소의 근거가 아닌, 30명 규모 학급을 20명 이하로 줄이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등·평생교육 재원 확충을 위해 유·초·중등 재원을 전용하는 방식에 반대하며 별도의 국가재정 확보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오 교육감은 안정적 교부금 확보 원칙 유지, 학교·학급 수 및 미래교육 수요를 반영한 산정체계 마련,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및 교육공동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아울러 교육청 차원에서도 관행적 예산을 과감히 정비하고 학생 직접 투입 재원을 확대하는 책임 재정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석진 교육감은 “저출생 시대의 해법은 아이가 줄어들수록 한 명의 학생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라며 “교육재정 개편의 기준은 ‘얼마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보장할 것인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오석진 대전시교육감 입장문 전문.
최근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와 국가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게 재정 운용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교육재정 또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인 만큼 낭비 요인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비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축소하거나 내국세 연동 구조를 약화하는 방향의 개편에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교육은 단순히 학생 수만으로 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첫째, 학생 수가 감소하더라도 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본 교육비는 비례하여 줄어들지 않습니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학교 건물의 유지·관리 비용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냉난방비, 시설 유지보수비 등도 학생 수에 단순 비례하여 감소하지 않습니다.
특히 농산어촌 및 원도심의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감소할수록 오히려 학생 1인당 교육비 부담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재정을 단순히 ‘학생 수 × 단가’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둘째, 현재는 교육재정을 축소할 시점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 교육은 지금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AI 및 디지털 기반 교육환경 구축, 기초학력 보장, 교육격차 해소, 특수교육 확대, 유아교육과 보육의 연계 강화, 늘봄·돌봄 체계 확충, 학생 정신건강 지원, 학교폭력 예방, 교권 보호, 노후 학교시설 개선 등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교육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의 근거로 삼기보다는, 학생 1인당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30명 규모의 학급을 20명 이하로 줄이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더 많은 교사의 지원이 제공되며, 장애학생·다문화학생·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셋째,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성은 교육자치의 핵심 기반입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입니다.
교육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변동이나 세수 여건에 따라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지역 간 재정 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재정 기반입니다.
교부금의 안정성이 훼손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과 소규모 학교이며,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 개편 논의는 반드시 교육자치의 원칙과 지역 간 교육기회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넷째, 유·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을 재정적으로 경쟁시키는 방식의 개편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대학 및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는 적극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재원을 유·초·중등교육 재정에서 전용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유아교육부터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에 이르는 전 과정은 하나의 교육 생태계입니다.
특정 단계의 재정을 축소하여 다른 단계에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전체 교육재정을 확충하면서 각 단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다섯째, 교육재정 개편 논의에는 교육현장의 실질적 참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교육재정의 최종 수혜자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아니라 학교와 학생입니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은 시·도교육청뿐 아니라 교원, 학부모, 교육전문가, 지방자치단체 등 교육공동체가 참여하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합니다.
재정 논리를 우선하여 규모를 결정하고 교육현장이 이에 맞추도록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 확보 원칙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둘째, 학생 수뿐 아니라 학교 수, 학급 수, 지역 여건, 교육복지 수요, 특수교육 수요, 미래교육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 산정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대학 및 평생교육 재원은 유·초·중등교육 재정의 축소가 아닌 별도의 국가재정 확충 방안을 통해 확보해야 합니다.
넷째, 교부금 개편에 앞서 중앙정부, 시·도교육청, 교육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섯째, 교육청 또한 교육재정의 안정성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사업과 관행적 예산을 과감히 정비하고, 학교와 학생에게 직접 투입되는 재원을 확대하는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출생 시대의 해법은 교육 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줄어들수록 국가가 한 명의 학생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과 가정의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교육재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육재정은 국가재정의 부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합리적 개선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축소하거나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개편에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교육재정 개편의 기준은 명확해야 합니다.
“얼마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보장할 것인가”입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재정만큼은 단기적인 재정 논리를 넘어 국가의 장기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