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폰 부는 교장선생님
섹스폰 부는 교장선생님
  • 편집국
  • 승인 2006.07.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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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중앙고 축제 '제13회 하산제' 성료

7월 12일 오후 7시. 대전중앙고 축제인 제13회 하산제가 열리고 있는 대전평송청소년 수련원 대강당이 갑자기 열광의 도가니로 후끈 달아올랐다. 학생들의 연주와 춤에 이어 교장선생임이 직접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하산제(夏山祭)가 아니라면, 아니 제 13회 하산제가 아니라면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라는 사회자의 소개로 이제 회갑을 넘기신 교장선생님이 꽃무늬 하와이안 의상에 섹소폰을 들고 등장하자 전체학생들과 외빈 모두가 환호하며 열렬한 박수로 맞았다. 친구들이 멋있는 목소리로 열창을 할 때도, 방송반에서 심혈을 기울인 ‘학교생활백서’영상이 나갈 때에도, 웃음과 연기의 내공으로 혼연일체가 되었던 ‘코믹홈쇼핑’이 공연 될 때도 이토록 열띤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못하였다. “선생님 찬조출연이라고 진행순서에는 나와 있었지만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나오셔서 연주를 해 주시리라곤 생각을 못 했습니다. 저희를 위해서 젊은 감각으로 공연해 주신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이제 졸업을 앞 둔 3학년 학생의 말이다. <데니보이>가 연주될 땐 모두 박수를 치며 열광했고, <친구여>가 사회자의 네레이션과 같이 연주될 땐 혼연일체가 되어 손을 마주 잡고 흔들었다. “학생부장이 축제 때 연주를 해 줄 수 없겠느냐고 제안을 해 왔을 때, 사실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요. 제가 좋아하여 정성을 기울였던 취미생활이긴 합니다만 어린 학생들 앞에서 연주한다는 게 나이 걱정도 앞서고, 학교장이라는 위신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나 한편 교장이 학생들을 위해 축제 참여한다는데 그 보다 좋은 뜻이 있겠는가 싶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단상에서 쑥쓰러운 듯 교장선생님은 말문을 흐리다가도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오히려 당신이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진정한 사제동행의 의미를 이제야 느낀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평소 엄하고 원칙에 충실하신 딱딱하신 분으로만 여겼는데 오늘 교장선생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며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과 학부모들의 반응도 무척 뜨거웠다.
이번 학생들의 끼와 열정을 발산하는 축제의 마당에 직접 동참하신 교장선생님 한 분의 배려가 사제간 거리를 좁히고, 소속인 모두가 하나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장이 되게할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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