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된 국어기본법
무용지물 된 국어기본법
  • 편집국
  • 승인 2006.10.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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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조차 지키지 않고 있어…입법단계부터 예견된 문제점
국어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7월부터 시행된 국어기본법이 정부의 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한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어기본법을 정부기관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국어기본법은 그동안 형식적으로만 존재했던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을 대신해 좀 더 실질적인 국어사용 촉진을 목적으로 지난해 7월 만들어졌다.

실제 이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우선 정부 홈페이지부터 살펴봤다.

국어기본법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서 있는 '한브랜드 박람회'라는 공지글을 열어봤다.

한국의 고유문화를 알리는 행사개최 공지글이지만 '콘텐츠', '르네상스', '컨퍼런스' 등 외국어와 외래어가 여과 없이 쓰이고 있다.

그밖에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NHRD-NET'과 'BTL사업' 행자부 홈페이지에는 '전자민원 G4C' 등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국어기본법에는 정부기관의 공문서를 모두 한글로 작성하도록 하고 강제하고 있지만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물론이고 각 정부기관들이 이를 모두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국어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어책임관제도나 국어상담소 등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국어책임관은 각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글 보전과 발전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공기관의 한글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기본법의 핵심 사항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국어기본법이 시행된지 1년이 넘은 지난달에야 광역지방단체까지 국어책임관의 임명이 완료됐다.

더 큰 문제는 한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관련성도 전혀 없는 각 기관의 홍보담당관이 국어책임관을 겸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사실상 국어책임관제도는 현재 무용지물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국어책임관 맡은 공무원들이 바쁜 가운데 맡게 되서 사실 어려움이 많고 왜 우리 부서가 맡게 됐느냐고 불만도 많다"고 밝혔다.

그밖에 국어상담소도 정부의 홍보와 지원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사실상 국어기본법이 제대로 시행되는 분야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국어기본법이 이처럼 천대받는 이유?

이 같은 법률 위반 등이 발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어기본법을 지킬 유인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어기본법의 대부분 규정은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다, 또는 지정할 수 있다" 식으로 각 기관의 자율에 법 준수를 맡기고 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행령 차원에서 문제점 있는 것이 있어서 보완을 할 생각이다. 처벌보다는 잘 한 기관에 대해서는 포상을 한다든지 할 계획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선 이 법은 잘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셈이다.

국어기본법의 문제점, 입법단계에서부터 예견돼

국어기본법의 고사위기는 탄생 초기부터 예견된 것이다.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을 대신해 보다 실질적인 국어 보호와 사용 촉진 법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입법활동이 시작됐지만 이와 관련한 각 정부 기관 간의 법안 조율 과정에서 법안이 누더기로 변한 것이다 .

한글학회 권재일 이사(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입법 당시부터 각 부처의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내용들이 모두 빠져버린 것이 이 법안의 탄생부터 가진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현재로선 법안이나 시행령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국어기본법 덕분에 무용지물이긴 하지만 예전에 없던 국어책임관이나 국어상담소가 생겨났다는데 만족해야 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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