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Friend’가 아니다
‘친구’는 ‘Friend’가 아니다
  • 편집국
  • 승인 2006.11.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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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는 뭐라 부를까?
‘close friend’ 정도가 우리 ‘친구’의 한 50% 정도,
‘close, close friend’가 한 70% 쯤 …

   
“어느날 고교 시절, 우연히 만난 사람. 변치 말자 약속했던 우정의 친구였나. 아하아 아하아…♪♬”
우리에게 친구란 참 아련한 존재인 것 같다. 뭐랄까, 진한 피와 맹숭한 물 사이의 그 어떤 것쯤 되지 않나 싶다.

친구라는 터울을 스스럼없이 같이 뒤집어쓰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들고, 때론 배고파 붕어빵을 먹고 싶다는 친구를 위해 버스 값을 털어 안암동에서 제기동 전철역까지 걸어가야만 할 때도 있다. 또 때로는 “많이 묵었다 아니가?” 하며 약간은 처절하리만큼 함께 하는 기억을 공유하는 ‘동행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국 땅에 처음 도착하던 날이 생각난다. 서류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어깨 부딪치며 걸었는데 운명의 힘에 이끌려 온 곳은 어찌나 다르던지. 낡은 코란도를 렌트해 느꼈던 통일로에서의 짧았던 The Freedom of Autobahn (아우토반의 자유).

그런데 이건 뭐야, 몬스터라 불려도 될 만한 거대한 트럭들이 통일로보다 여러 배 넓은 도로를 롱롱 타임 어고우에 몰았던 코란도의 몇 배 속도로 마구 달리지 않는가? 세상엔 덩어리로 뭉친 땅, 곧 ‘덩어리 땅?? 이라는 게 있구나’ 라는 큰 충격. 처음 받았던 그 충격이 약간은 즐거운 충격이라면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받은 문화적 충격은 씁쓰름한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이 동네에서는 한 두 번 만나면 바로 ‘Friend’가 튀어나온다. 여기 초창기에 캠퍼스에서 Tom이란 학생과 책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잠시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그냥 별로 할 말도 없어서 만날 때마다 ‘Hello’하고 헤어질 때면 ‘Take care’하며 몇 마디 한 게 다였다. 우연히 만난 자기 친구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This is my friend, Him?” 하는 게 아닌가. 술 한잔 같이 한 적도 없고, 그냥 한 두어 마디 인사한 게 다였는데. 내가 그렇게 좋은 인상을 주었나? 그래, 너무 기뻐서 나도 못 먹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통으로 사주며 “Thank you for calling me ‘FRIEND’, you are my first friend here. I will remember you forever.” (날 친구로 불러줘서 너무 고맙다. 넌 미국에서의 첫 번째 내 친구야. 난 널 영원히 기억할게.) 했다. 이 고도(孤島)의 나라에서 날 친구라 하다니. 난 역시 인복이 있나 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동네에선 한 두 번 보고 좀 안면이 있다 싶으면 그냥 Friend라 부른다. 우리말로 굳이 해석한다면 ‘안면 있는 좀 편안한 사람’ 정도나 될까?

많은 유학생들이 그런 Friend의 의미를 제대로 몰라 Friend란 한 단어에 감동해 이것저것 부탁도 안 하는데 도와주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러다 ‘난 이만큼이나 해주었는데 왜 이것밖에 안 해주었냐’는 등 푸념도 많이 들었다.

우리가 쓰는 100% ‘Friend=친구’란 공식은 다시 한 번 ‘아닌 공식’이다. 그저 ‘편하게 아는 사람’ 정도의 의미임을 알고 우리의 ‘친구’와 거기의 ‘Friend’의 간격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그럼 거긴 진짜 친구는 뭐라 부를까?
‘close friend’ 정도가 우리 ‘친구’의 한 50% 정도, ‘close, close friend’가 한 70% 쯤이나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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