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기관장 과기정위에 혼쭐…
5개 기관장 과기정위에 혼쭐…
  • 이덕희 기자
  • 승인 2005.10.05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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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암 연구 예산확보’ 안일 지적

▲ 정몽준 의원이 KRIBB(한국생명공학연구원)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관계자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연구단지 5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5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국감에는 과기정위원회 19명의 위원이 참석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생산성기술본부 원장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과 기초기술연구회 박상대 이사장 모두 5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오전 질의응답은 비교적 긴장감있게 진행됐으며, 오후 순서에는 지각하거나 자리를 비운 의원들이 많았다. 첫 번째 순서로 질문을 시작한 권선택 의원(열린우리당)은 대덕특구 이후 첫 국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덕특구가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70%가 넘는다”면서 현재 연구단지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IST)에 대해 “2010년까지 세계 10대 연구기관이 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 협동연구가 바람직한 방법인데, 328건의 연구 중 대학과의 공동연구가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하며 “일선의 산업과 다른 연구소와의 연구가 부족한 점에 대해 이유를 밝혀 달라”고 말했다. KIST 김유승 원장은 “현재 우리 연구원은 원천기술 연구에 몰입 중이어서 대학과의 연계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응용산업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개발해 나가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술료 수입이 430억 인건비의 4%에 불과한 이유에 대해서도 ‘기초 원천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에 대해 권선택 의원은 원숭이 떼죽음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문제의 본질은 ‘안전불감증’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생명연 이상기 원장은 “사건 이후 주요시설을 점검하고 비상대응체제도 마련했다. 불의의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생명연이 질타를 받았던 다른 내용은 허친슨 암연구소와의 공동연구 사업 문제. 지난 2월 협약이 체결된 이후,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연구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현재 자체적으로 10억원을 투입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애초에 계획됐던 정부 예산은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류근찬(비교섭단체)의원의 문제제기에 이상기 원장은 “현재 대전시가 예산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류 의원은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업주체인 생명연에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갚고 질책했다. “지난 5월, 과기부 별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도 공모하지 않은 것은 안일한 태도다. 정부에서 상을 차려놔도 먹지 못한 것 아니냐”며 류 의원은 MOU 체결에만 급급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 날 5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낙하산 인사’건. 해당 연구기관의 상임․비상임 이사의 대부분이 정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는 문제가 거론됐다. 그러나 선임인사 모두는 적절한 과정을 거쳐 선임된 인물이며, 내부적인 불만이 없다는 상투적인 대답으로 깊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은 기술이전 성과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기술이전 1건당 평균 연구비가 1600만원인데, 지난 10개월간 기술이전이 23건이 불과하다는 이종걸 의원(열린우리당)의 지적이 나온 것. 김기협 원장은 “중소기업 등과 공동연구를 하면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이 되는데 이는 실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기술이전 건에 대해 “연구원들이 여유가 없고 인센티브도 없어 기술이전 후 사후관리가 전혀 안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생기연에 대해 심재엽(한나라당)의원은 현재의 예산배분 상황은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지원한다’는 설립취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 국제협력 등의 업무에 소요되는 예산이 중소기업의 실제 지원예산보다 작다는 이유다. 김 원장은 이에 “연구개발비의 경우 한 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음 해까지 이어지는 사업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중소기업 지원은 다른 분류에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김낙순(열린우리당)의원은 “기술이전과 관련한 전문가는 있지만 마케팅 전문가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으며, 김석준(한나라당)의원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유승희(열린우리당)의원은 여성인력 비율의 현황을 사례로 들어 각 연구기관의 향후 여성인력 채용을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한편, 생명연의 연구현황과 관련, 황우석 박사와의 협력연구의 진전에 대해 궁금증을 제기하는 의원들도 여럿 있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질문과 영장류센터의 활용방안에 대한 질문도 상당수 이어졌다. 생명연 이상기 원장은 “원숭이 폐사사건으로 잠시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황우석 교수와의 협력방안은 합의가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10월 6일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에서 공공기술연구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원 등의 국정감사가 열릴 예정이다. 연구원 책임급 인력 유출 심각…“노후보장과 연구비확보에 부담느껴” ▲ 정몽준 의원
이번 국감자료에 따르면 생명공학연구원 연구인력 중 2000년부터 금년 6월까지 총 74명이 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해 평균 12명이 연구원을 떠나 학계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 생명연 이상기 원장은 “정년이 보장된다고 해도 공무원이나 대학교수에 비해 노후보장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IST 김유승 원장 역시 “이직의 원인은 고용의 불안정에 있다”며 “연구비 확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많은 책임급 연구원들이 연구원을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에서 중견급 이상의 사업을 맡아 이끌어갈 리더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은 현장에서 인정하고 있는 문제. 대학 등의 교육기관으로 이직하는 연구원들에 대한 문제는 비단 이들 기관만의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홍창선(열린우리당)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이공계 연구인력의 사기진작에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지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KIST에 1억 이상 연봉을 받는 사람이 네 명밖에 없다고 알고 있다. 이사장들은 원장들의 연봉 먼저 챙겨줘라”고 말해 연구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몽준 의원, “너무 자만하지 말라”
정몽준 의원: 2005년 IMD 보고에 의하면 우리의 과학분야는 15위, 기술분야는 1위다. 미국은 과학·기술경쟁력 모두 1위다. 미국이 100이라면 우리나라는 몇이라고 생각하나.
이상기 원장: BT분야는 65정도라고 생각한다. IT분야는 다른 분이…
이호일 원장: IT분야는 90가까이 된다고 본다. 기술에 따라서는 1등 하는 것도 있다.
정몽준 의원: BT, IT 말고 또 무슨 분야 있나. 현재 잘하고 있지만 너무 자만해서는 안된다. 여기 KIST의 보고서를 보니 얼마간의 경제가치를 창출했다는 수치가 적혀 있다. 이런 내용은 10년 전에도 본 것 같은데, 연구원의 자부심에 도움이 되는가.

(중략)

2010년에 10대 연구소에 들겠다고 했다. 그러면 앞으로 5년 남았는데 지금은 몇 등이냐?
김유승 원장: 그것은 상징적인 것이지 연구소에 순번을 매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몽준 의원: 그렇다면 생각좀 해서 보고서를 만들어라. 그리고 흔히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는 보고서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밖에도 정몽준 의원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약자인 'KRIBB'가 무슨 뜻인지 물어 참석자들을 당황케 했으며, 보고서에 제출된 연구원 조직도가 알아볼 수 없는 상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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