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골프스타 배출한 유성여고
세계적 골프스타 배출한 유성여고
  • 편집국
  • 승인 2005.10.10 1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록빛 자연, 자라나는 미래의 꿈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자 장정. 시드니 올림픽의 스타 강초현. 이름만 들어도 기가 질리는 그녀들의 공통점은? 바로 유성여고 출신이라는 점.

늦게 핀 골프 천재 장정,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은메달 리스트 강초현은 유성여고 출신이다. 굵직한 스타를 둘이나 배출했으니 그것만으로 이미 유성여고는 유명세를 탔다. 2000년 안타까운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밝은 미소로 승리를 기뻐하던 그 작은 소녀 강초현. 그녀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2000년 수많은 카메라가 유성여고에 모아졌다.

이번 여름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작은 거인 장정이 한국에 돌아와 유성여고를 방문했을 때 매스컴은 다시 한 번 유성여고를 주목했다. 대전시민 나아가 전 국민이 유성여고를 기억했다. 도대체 어떤 학교일까?

유성여고에 들어서면 일단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는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놀란다. 대전 발전의 축이라는 노은지구에 이런 학교가 있었나 싶다. 매연과 도시소음이 가득찬 도로를 타고 가다가 만나는 학교이지만 ‘이곳은 정말 별천지구나’ 싶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좌청룡 우백호의 지형을 그대로 타고 났다고 하는데, 그 기를 모두 학생들이 받나 싶기도 하다. 간혹 새소리만 있을 뿐 불과 500m밖 도로와 신지구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소녀들은 꿈을 키우고 있었나 보다.

유성여고는 크고 있다? 아니다. 유성여고는 이미 30년의 역사 위에서 성실함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현숙한 숙녀들을 배출하고 있었다. 현직 검사나 판사의 이름 중에 유성여고인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직하고 청렴한 유성여고 출신의 여성 법조인, 그녀들은 어쩌면 이런 교훈들을 아직도 마음속에 아로새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성여고는 궁극적으로 성실하고 창의적이며 현숙한 민주 여성을 배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눈뜨면 달라지는 현세기, 유성여고는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대를 대표해낼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의 보금자리로 자리잡고 있다.

평준화와 전인교육 강조, 그리고 입시열풍의 대립 속에서 한국의 고등학교는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성여고는 선명한 초록빛을 지니고 있다. 정문에 붙어있는 각종대학의 수시합격자 성명의 긴 목록이 굳이 아니어도 정갈하고 영민한 그녀들의 눈동자가 ‘공부 잘하는 총명한 학생들…’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준다.

학생의 본분이 되는 ‘학업의 충실함’ 외에도 유성여고는 각자의 개성과 흥미를 존중하는 전인교육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땅의 많은 여고생 중 유성여고에서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 내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 하다. 초록의 자연 속에서 맑은 음성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유성여고인들을 보니 내년쯤 또 한번 온 국민을 열광시킬 스타를 배출하는 것은 문제도 아닐 듯 하다.

/ 안희경 기자 

임창학 교장 인터뷰
겸손함 갖춘 ‘진짜여성’ 발굴

유성여고의 임창학 교장은 무섭고 엄한 교장선생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축 쳐진 어깨를 다독여 주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어 줄 할아버지 같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스스로 ‘잔소리쟁이’라고 말한다. 겸손이 곳곳에 깃들어 있는 그의 말에 오히려 더욱 진실함이 느껴진다. 장정이나 강초현과 같은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비결이 어디에 있냐는 판에 박힌 질문에 수줍어하며 본인들의 노력이고 우연의 일치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오히려 남다른 교육관이 숨어 있는 것 같아 내심 속이 탄다. 시종일관 자랑을 늘어놓는 여타의 선생님들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애들은 나더러 잔소리쟁이라고 할 거에요. 아침 7시면 학교에 나와서 등교하는 학생들 교복이며 머리모양이며 일일이 간섭하거든요” 정말일까? 조회 때 몇 마디 훈화말씀 정도 하는 교장선생님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눈빛에 유성여고에 대한 애착이 엿보인다.

“예의바른 민주시민. 정말로 중요합니다. 좀 구식이죠? 하지만 바른 인성이 가장 중요하죠” 공부하는 기계를 만들기보다 ‘진짜 여성’을 발굴해 나간다는 그의 교육관은 유성여고에 이미 잘 녹아 있다. 웃는 모습이 유달리 예쁜 유성여고 출신의 스타들. 그녀들이 사랑받는 것은 뛰어난 실력 뒤에 숨은 겸손함 때문이 아닐까. 

개교 때부터 유성여고를 지켜왔다는 그는 교단에 서 있는 일반 교사가 부럽다고 한다.

“진짜 교육자는 바로 교단에 선 선생님입니다. 나는 감명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잊혀지지 않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교장자리보다는 교단이 더 좋다는 이상한 선생님. 하지만 그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괜시리 마음 한구석이 뿌듯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