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류 최초 ‘워게임(War Game)’과 독가스를 사용한 겸애 주의자
[기고] 인류 최초 ‘워게임(War Game)’과 독가스를 사용한 겸애 주의자
  • 윤석일
  • 승인 2017.09.18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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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기업이 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윤석일 기고

“과학의 높이는 철학의 깊이와 비례한다.”란 말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철학의 뿌리도 깊어져야 한다. 그래야 보편타당한 과학기술을 전파할 수 있다. 그것을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이 있었다.

윤석일 작가

중국 5대 폭군으로 알려진 주나라 유왕은 우울증에 걸린 왕비 포사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다. 우연히 적의 침공을 알리는 봉화가 올라가자 신하들은 허둥지둥 궁 안에 들어온다. 허둥대는 모습을 본 왕비는 박장대소 한다. 왕비가 웃자 유왕은 매일같이 봉화를 올려댄다. 몇 번 속은 신하들은 다시는 적의 침공을 알리는 봉화를 믿지 않는다. 기원전 771년 견융족이 주나라를 쳐들어와 봉화를 올렸지만 모이는 군사도 신하도 없었다. 주나라 수도는 불타고 유왕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언제나 폭군에게는 경국지색(傾國之色) 여인이 있는 법이다.

유왕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춘추전국시대(B.C.770~221년)의 시작을 알렸다. 극심한 혼란은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며 지식의 양을 폭발시킨다. 새로운 지식은 통합의 원천을 제공해주는 법이다. 당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제자백가(諸子百家)라 부른다. 제자백가의 시작을 알린 건 ‘묵가(墨家)’이다. 책《묵자》는 200년간 묵가 학파들이 모여 수정하며 완성된 책이다. 묵가의 시초는 무기개발자, 건축가, 기술자로 알려진 노나라 사람 묵자 또는 묵적(墨翟)이라 불리는 사상가다.

기원전 440년 초나라는 약소국 송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한다.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묵자는 단신으로 초나라 수도를 찾아간다. 당시는 강대국의 논리로 약소국을 침략하고,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짓밟는 걸 당연한 권리로 여겼다. 묵자는 이 당연한 논리에 반기를 들었다. 전쟁 반대를 구호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초나라 왕을 찾아간 것이다.

초나라 왕은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불리는 공수반(公輸般)이 만든 운제(雲梯)가 있었다. 운제는 성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무기로 바퀴가 달려 움직이기 쉽고 줄을 당기면 사다리를 성벽에 걸칠 수 있다. 성벽에 걸쳐지면 운제 안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이 운제의 기본모형은 19세기까지 사용했다고 하니 무기의 완성도가 얼마나 완벽했는지 알 수 있다.

묵자는 초나라가 송나라를 침략한다면 자신이 나서서 전쟁을 막아보겠다고 말한다. 운제까지 가지고 있는 초나라 왕은 비웃으며 공수반에게 공격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 시킨다. 묵자는 공수반 공격을 막을 계책을 내놓아야 했다. 잠시 후 자신이 차고 있던 혁대를 풀어 둥글게 만든다. 가상의 성이었다. 나뭇가지 몇 개로 군대를 만들었다. 초나라 왕이 보는 앞에서 묵자와 공수반은 인류 최초로 시뮬레이션 전쟁 ‘워게임(War Game)’을 시작한다.

공수반의 첫 공격은 사다리이다. 묵자는 모래와 뜨거운 물을 뿌리고 ‘뢰(檑)’라는 무기로 대항한다. 뢰는 철 가시가 박힌 원형 무기를 말한다. 사다리에다 뢰를 굴리면 막을 수 있었다. 공수반은 다음 공격을 한다. 바로 운제이다.

묵자는 운제에 대해 그가 발명한 ‘연노거’를 꺼낸다. 도르래를 돌려 화살을 최대 30발 연속해서 발사하는 무기다. 나무로 만든 운제는 불에 취약하기 때문에 불화살을 쏘면 된다. 기존 연노거와 다른 점은 화살에 끈을 묶어 화살을 회수할 수 있다. 재장전에 속도가 늦지만 화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화살을 대량생산하기 힘든 약소국에는 유리한 무기다.

운제는 불화살로 막아낸다. 다음 공격으로 공수반은 ‘땅굴’공격을 시작한다. 묵자는 지금의 음파탐지기술을 발휘한다. 성곽 주변에 10걸음씩 땅을 파고 그 안에 큰 항아리를 심는다. 항아리 안에 사람이 들어가 얇은 천으로 항아리를 막는다. 땅을 팔 때 생기는 진동을 잡아낸다. 위치를 잡아 땅을 파서 땅굴끼리 만날 때쯤 ‘독가스전(戰)’을 시작한다.

아궁이를 만들어 쑥과 풀을 7~8다발 굴에 넣고 풀무질 하여 적에게 연기를 뿜는다. 풀무는 질긴 가죽을 이용하고 지렛대를 원리를 활용해 속도를 높인다. 묵자는 땅굴전도 막아낸다. 총 9차례 걸쳐 공격했지만 워게임의 승리자는 묵자였다.

워게임에 패한 공수반은 비정규전 전술을 펼친다. 바로 묵자를 암살하는 방법이다. 자신을 암살하겠다는 말에 묵자는 미소를 지으며 “많은 제자들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란 말을 남긴다. 9가지 정규전과 1가지 비정규전 모두 묵자가 이기자 초나라는 송나라 공격을 뒤로 미룬다.

독가스가 전쟁에 등장한 건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이었다. 겨자가루를 불로 태워 독가스를 만들어냈다. 독가스전을 ‘인간성 상실’이라 표현할 만큼 잔인한 무기였다. 묵자는 이보다 2500년 앞서 독가스를 사용했다. 묵가는 모두가 똑같이 사랑하라는 뜻의 ‘겸애(兼愛)’ 중요시 하는 학파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독가스전도 불사할 각오가 된 사상가였다.

<작가소개>

위드윈교육연구소 & 위드윈출판사 대표

저서 [1인미디어 집필수업], [1인기업이 갑이다] 시리즈,  [인간관계가 답이다]

YTN라디오 김윤경 [생생경제] 고정 패널, MBC내손안에 책 외

주요강의 - SKT,  현대중공업, 삼성화재 외 다수

윤석일  one_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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