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잠수함 헌리호
[기고] 잠수함 헌리호
  • 윤석일
  • 승인 2017.09.3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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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기업이 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윤석일 기고

첫 침몰을 성공한 잠수함과 무에서 유를 만든 총력전

윤석일 작가

1776년 독립전쟁 당시 미국해군은 영국해군에 대항할 수 없었다. ‘함선 대(對) 함선’이 아닌 다른 전쟁방식이 필요했다. 바로 군함 밑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3m남짓한 원형 나무통을 몸으로 하고 뚜껑에는 창문을 달았다. 틈은 타르를 발라 밀폐시킨다. 나무통에는 수동 드릴을 달았고, 뒤에는 폭탄을 실었다. 드릴을 뚫고 폭탄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프로펠러는 발을 움직여 돌리는 수동방식이었다. 이 최초의 잠수함 이름이 ‘터틀(Tullte)’이다.

터틀은 첫 출격을 했다. 혼자서 비좁은 공간에 있는 힘을 다해야 이동가능한 수동식 프로펠러는 산소부족을 앞당겼지만 배 밑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드릴을 동작시킨다. 하지만 잠수함 개발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진다. 영국군함 하부에는 철갑으로 보호를 하고 있었다. 수동드릴로는 뚫을 수 없었다. 산소가 더 부족하기 전에 빠져나와야 했다. 터틀 공격은 실패했지만 은밀히 배 밑으로 들어가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흘러 미국은 현대전쟁의 효시라 불리는 남북전쟁이 일어난다. 1860년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한 공화당 링컨이 당선된다. 노예제도는 많은 이권이 개입된 복잡한 문제였다. 또한 미국 남부 몇 개 주는 경제기반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중대한 일이었다. 링컨이 당선되자 남부 11개주는 미합중국을 탈퇴하고 제퍼슨 데이비스를 ‘아메리카 연방’ 대통령으로 임명하며 남북으로 갈라진다. 아메리카 연방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포트섬터의 미합중국 수비군을 공격함으로써 남북전쟁이 시작된다.

남군은 독립 없이 평화는 없었고, 북군은 통일 없이 평화는 없었다. 두 진영 모두가 정치, 경제, 사회, 이념 등 모든 면에서 통합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전부’ 걸어야 하는 전쟁 양상이 된다.

전부를 걸어야했지만 양쪽에는 전쟁을 할 말한 군인도, 장비도, 전술도 없었다. 말 그대로 싸우면서 마련하고, 싸우면서 배워야하는 형국이었다. 북군 총사령관 링컨은 국회도서관에서 보내는 전쟁역사서를 읽어가며 전쟁을 알아갔다. 전쟁 중 장교를 자주 바꾸는 실수를 했지만 그랜트 장군을 기용하는 등 결정적인 순간 역사서의 힘을 발휘했다. 남군은 총력전에서 북군보다 인구, 산업면에서 매우 불리했다. 하지만 광활한 황야를 활용하는 전술과 미국 통일이 아닌 독립을 원했기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두 진영 모두 처음에는 모병제를 했지만 군인부족으로 징병제로 바꾸면서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쟁으로 보내진다. 군사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장교들은 군사지식이 없어 유럽처럼 대형을 갖춘 군대를 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움직임을 바꾸는 전술을 마련한다.

북군은 남군에 경제적 타격을 주기 위해 앞도적인 해군력으로 해상봉쇄에 들어간다. 면화무역에 의존한 남군에게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해상봉쇄를 풀기위해 남군이 눈을 돌린 건 바로 잠수함이었다.

남군에 헌리(Hunley)라는 개발자 이름을 딴 잠수함 헌리호가 등장한다. 헌리호는 9명이 승조 한다. 8명은 손으로 샤프트에 동력을 주고 1명은 조타를 잡아 운전은 한다. 헌리호 전면에는 창살이 있었다. 창살을 배 밑에 꽂은 뒤 프로펠러를 뒤로 돌려 창살과 잠수함을 분리시킨다. 창살 끝에는 끈이 당겨지면 폭발하는 폭탄이었다. 끈의 길이는 잠수함이 도망갈 수 있도록 여유를 둔다.

1864년 2월 북군의 거함(巨艦) ‘후사토닉호’에 접근한 헌리호는 창살을 배 밑으로 꽂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프로펠러를 뒤를 돌려 빠져나간다. 폭발시킨 끈이 당겨지면서 후사토닉호는 폭발을 한다. 인류 역사상 잠수함 공격을 성공한 순간이다. 하지만 폭발을 이기지 못한 건 헌리호도 마찬가지다. 폭탄의 끈 길이를 잘 못 계산한 일이다. 더 심각한 건 내부 산소부족이었다. 동력을 돌리느라 온 힘을 쓴 승조원은 이산화탄소에 중독되었고 폭발로 물이 들어오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지금이야 전기분해(Electrolysis)원리가 잠수함에 무제한 산소를 공급하지만 당시로는 불가능한 기술이다.

지금 잠수함은 존재자체만으로 적에게 큰 위협이다. 어느 순간 해협에 다가와 미사일을 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영구적인 원자력 잠수함은 무제한에 가까운 전기와 산소공급을 해준다. 이 첨단 무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건 사람의 손을 돌려가며 창살을 꽂아야 했던 헌리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작가소개>

위드윈교육연구소 & 위드윈출판사 대표

저서 [1인미디어 집필수업], [1인기업이 갑이다] 시리즈,  [인간관계가 답이다]

YTN라디오 김윤경 [생생경제] 고정 패널, MBC내손안에 책 외

주요강의 - SKT,  현대중공업, 삼성화재 외 다수

윤석일  one_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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