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재수 장군과 나
[특별기고] 이재수 장군과 나
  • 충청뉴스
  • 승인 2021.12.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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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삼 제2대 체육청소년부 장관 / 전 국회의원 / 전 자유선진당 최고위원
이진삼 전 장관
이진삼 전 장관

오늘(12월 7일)은 故 이재수 장군이 生(생)을 마감한지 3주기 되는 날이다.

육사 22년 후배이자 충청도 고향 후배인 이 장군에 대해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까마득한 후배인 이 장군을 군 생활 당시에는 알지 못했으나, 이 장군이 기무사령관에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은 지난 2013년 11월 우리 집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해오면서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이 장군은 우리 집에 찾아와 내가 보안부대에 근무한 7년 동안의 존안자료를 내놓으면서 “사령관으로 부임하고 나서 총장님의 존안자료를 확인하던 중 대위와 소령 시절 당시의 대북응징보복작전과 대간첩작전에 대해 자세히 읽어 봤습니다. 처음 사령관으로 부임했을 때 기무사령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한 개념이 잡히지 않았는데, 총장님의 존안자료를 읽어보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이 장군에게 “기무부대는 대간첩(對間諜) 對테러 대태업(對怠業) 세 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부대다. 기무부대 전 요원이 이 세 가지만 숙지한다면, 부대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라고 조언한 바 있다.

당시 이 장군과 나는 기무부대 운영 이외에도 우리나라 국방 문제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장군이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과연 육사 69기까지의 졸업생들 중 과연 선배님 같은 분이 있겠습니까? 선배님 같은 분은 앞으로도 육사에서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동안 죽음을 각오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오신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하면서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을 외쳤다.

후일 다른 후배 장군에게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이 장군이 나를 만나고 부대로 돌아간 직후 “내가 이진삼 전 총장님의 존안자료를 가지고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진삼 총장님은 보안부대에 7년 재직하는 동안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그 많은 업적을 거양해 냈는데, 우리가 못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 내가 이진삼 총장님의 존안자료 내용 중 사례 몇 가지를 요약해서 이야기할 테니 참모장을 위시한 처장들은 전 요원들에게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처음 만난 까마득한 후배에게 진심이 우러나는 칭송을 받은 나는 선후배들에게 이 장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이 장군에 대한 나의 물음에 선후배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이재수 장군은 참군인이다. 선배 존경과 부하 사랑 그리고 나라를 생각하는 확고한 군인 자세 모든 것이 갖춰진 사람이다”라고 칭찬 일색이었다. 그 이후부터 이 장군은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충청도 부여 출신인 나와 당진 출신인 이재수 장군! 이 장군과 나는 기질은 전혀 다르지만, 한평생 군인으로서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충성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나는 권력을 독과점하는 영호남의 틈바구니 속에서 군인으로 정도(正道)를 걸으며 육군 중장이라는 지위로 기무사령관이라는 막강한 직책까지 올라갔던 이 장군이 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장관까지 승승장구(乘勝長驅)하여 우리나라 국군을 정예 강군으로 만들어갔으면 하고 기대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장학사업 관련 행사로 몽골에 방문 중이던 2018년 12월 7일 청천벽력 같은 이 장군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당연히 조문을 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이 장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어야 했는데, 외국에 있었던 관계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지금도 이 장군이 살아 있었다면, 이 장군이 적폐청산 수사를 받지 않고 군사령관을 거쳐 참모총장 그리고 국방부장관에 올랐다면, 지금과 같은 군의 기강 해이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라 사랑과 군인정신이 투철했던 이 장군이 하늘나라에서도 우리 군과 우리나라를 굽어 살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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