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중이온가속기 활용 ‘레이저분광 실험’ 성공…희귀 핵 연구 새 지평
국내 최초 중이온가속기 활용 ‘레이저분광 실험’ 성공…희귀 핵 연구 새 지평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6.3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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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공군사관학교 등 산·학·연 공동 연구팀, 동축 레이저 분광장치 ‘CLaSsy’ 성능 검증 완료
초고속 빔과 레이저 일렬 정렬하는 ‘인-빔’ 기술로 희귀동위원소 ‘짧은 반감기’ 한계 극복
소듐 동위원소 측정 성공으로 핵 구조 연구 고도화… 신소재·의생명 등 미래 원천 기술 확장 기대
RAON의 CLaSsy 빔라인과 레이저 시스템
RAON의 CLaSsy 빔라인과 레이저 시스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희귀동위원소 생성 시설인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희귀 핵종의 레이저분광 실험에 성공했다.

가속기 기반 기초과학 연구의 최대 난제로 꼽히던 희귀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 문제를 첨단 레이저 기술로 돌파하면서 대한민국이 초정밀 핵 구조 측정 분야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발판을 마련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IRIS)는 공군사관학교(ROKAFA), IBS 희귀 핵 연구단, 고려대, 한국교원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자체 개발한 동축 레이저 분광장치 ‘CLaSsy’를 이용한 소듐(Na) 동위원소 빔 레이저분광 실험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우주 탄생의 비밀이나 별의 진화 과정을 밝히기 위해서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극도로 불안정한 ‘희귀동위원소’의 핵 구조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들 희귀 핵종은 생성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해 사라지는 ‘짧은 반감기’를 가지고 있어 그동안 그 성질을 정밀하게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연구팀이 도입한 ‘CLaSsy’ 장치는 비행 상태의 동위원소를 그대로 측정하는 ‘인-빔(In-beam) 레이저 분광학’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이 장치는 온라인 생성분리(ISOL)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듐 동위원소 빔이 초속 약 40만 미터(m/s)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갈 때 그 진행 방향과 레이저를 일렬로 정확히 일치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이처럼 빔과 레이저가 동축으로 나란히 달리게 하면 희귀 핵종이 미처 붕괴하기 전 높은 정밀도로 에너지 구조를 측정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도출된 데이터는 현대 물리학의 핵 모델을 정립하고 수정하는 데 필요한 핵심 핵 정보(핵반지름, 핵스핀, 전자기 모멘트 등)로 활용된다.

이번 성공은 단순히 장비의 성능 검증을 넘어, 향후 중이온가속기 라온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레이저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번에 다진 기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현재 레이저이온원(RILIS)과 CLaSsy 장치를 연계한 차세대 알루미늄(Al) 동위원소 레이저분광 실험을 준비 중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번 인-빔(In-beam) 기술의 안정화를 시작으로, 레이저 내부에서 분광을 수행하는 인-소스(In-source) 기술, 향후 측정 정밀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인-트랩(In-trap) 레이저 분광학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 기술들이 정립되면 라온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측정 시험 시설로 거듭나게 된다.

또 CLaSsy 장치에 빛을 이용해 원자의 스핀 방향을 한쪽으로 정렬시키는 ‘광펌핑(Optical pumping)’ 기법을 적용하면 핵스핀 편극자(Nuclear spin polarizer)로 변모시킬 수 있다.

이는 핵물리 연구를 넘어 신소재의 물성 탐색, 방사선 반응 검출, 첨단 의생명 이미징 기술 등 미래 원천 기술 전반에 걸쳐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IBS 박성종 연구위원은 “이번 성공은 가속기의 심장과 같은 핵심 실험장치인 CLaSsy가 제 성능을 100% 발휘함을 보여준 쾌거"라며 "앞으로 레이저 활용 장치들은 라온이 이끌어갈 글로벌 희귀동위원소 연구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책임자인 공군사관학교 유훈 교수도 “가속기 기반 기초과학에서 레이저 원자물리 기술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향후 인-트랩 기술까지 고도화된다면 단순한 기초 핵물리 측정을 넘어 방사선 검출, 차세대 신소재 개발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로 연구 반경을 대폭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소장 직무대행은 “국내 중이온가속기 시설에서 첨단 레이저 기술을 희귀 핵 연구에 접목해 성공을 거둔 최초의 사례”라며 “이번 전방위적인 산·학·연 협력 성과가 대한민국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글로벌 기초과학계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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