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바야흐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여름철에는 흔히 "더위를 먹었다"며 기운이 없고 어지럽거나 무기력한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보내는 온열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여름철 피로감과 온열질환 증상에 대해 유성선병원 가정의학과 여준구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460명,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0.4% 증가한 수치이자 기록적인 폭염이었던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발생 규모이다. 특히 전체 환자의 약 30%가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나 노년층과 만성질환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몸은 체온이 상승하면 땀을 배출해 열을 식히는 체온 조절 기능을 작동시킨다. 하지만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이러한 조절 기능에 과부하가 발생한다. 땀과 함께 수분뿐 아니라 나트륨과 칼륨 같은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가면서 몸속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때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맹물만 과도하게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매우 차가운 음식을 급하게 섭취할 경우 위장관 혈류가 감소해 소화불량이나 복통이 나타나면서 몸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온열질환은 열탈진으로, 전체 온열질환자의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감, 어지러움, 두통, 근육 경련 등이다. 이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근육과 신경 기능이 저하되고 뇌로 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을 단순히 '여름이라 피곤한 것' 정도로 생각해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체온 조절 기능이 마비되는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의식 저하나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장소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했음에도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지속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구역감이나 구토로 인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거나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말이 어눌해지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쓰러지는 경우에는 열사병을 의심해야 하므로 즉시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온열질환 치료는 단순히 수분만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체내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혈액검사를 통해 나트륨, 칼륨 등 전해질 수치와 탈수 정도, 신장 기능을 확인한 뒤 환자의 상태에 맞는 수액 치료를 시행한다. 정맥으로 공급하는 수액은 경구 섭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체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께 투여해 회복을 돕는다. 고령자나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입원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여름철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 증상은 흔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폭염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고, 한낮 야외활동을 피하는 등 예방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가 지속된다면 스스로 버티기보다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