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
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
  • 편집국
  • 승인 2006.11.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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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예기(禮記)의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고사이다.
맹(猛)은 개 견(?=犬)에 힘쓸 맹(孟)을 짝지은 글자로, 원래는 힘세고 사나운 개를 뜻했으나 후에 ‘날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호(虎)는 커다란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어금니를 내놓고 있는 ‘범’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의 일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했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을 이끌고 제나라로 행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제자들에게 여인이 우는 사연을 알아보라고 했다. 공자의 제자들이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세 개의 묘 앞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가 우는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울면서 대답했다.
“저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입니다. 이 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을 잡아먹곤 했습니다. 오래 전에 저의 시아버님께서는 호랑에게 물려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저의 남편도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들이 잡아 먹혔습니다.”

자로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이사를 가지 왜 이 동네에서 계속 사셨습니까?”

여인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무리 호랑이가 무섭다지만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덜 무섭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가혹한 세금일 것입니다. 이 산골에 살면 적어도 세금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자로는 할 말을 잃고 돌아와 그 사연을 공자에게 전했다. 그러자 공자는 숙연해져서 제자들에게 말했다.
“세상에 무서운 짐승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호랑이일 것이다. 그러나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꼭 명심해라.”  

이때부터 가정맹어호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고사로는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있다. 

이 고사는 위정자들이 정치를 잘못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각종 세금으로 허덕이고 있다. 자고새면 세금이 오른다는 냉소적인 말들도 끊임없이 떠돌고 있다. 경기는 더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세금은 오르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위정자들은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세금이라는 점을 올바로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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