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연 '백설공주'는 풍자극이 아닌 자살극?
검찰 공연 '백설공주'는 풍자극이 아닌 자살극?
  • 편집국
  • 승인 2006.12.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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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 본 기사는 CBS 뉴스레이다 2부(앵커: 김규완 오전 8시 30분-오전 9시)에서 방송된 '변상욱의 기자수첩' 내용입니다. 방송은 노컷뉴스 홈페이지(www.nocutnews.co.kr)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삼성계열사 직원들이 취재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공판서 취재기자 vs 삼성 직원 충돌…신문기사엔 없네?

7일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구형이 있던 서울고등법원에서 전환사채를 저가에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태학 전 삼성 에버랜드 사장(현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노빈 전 삼성 에버랜드 상무(현 사장)을 취재하기 위해 언론사 취재진들이 모여들었다. 기자들로부터 전·현직 사장들을 안전하게 모셔오기 위한 삼성 계열사 직원 30여명도 투입되면서 기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어졌다.

이날 충돌은 인터뷰를 시도하려는 기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삼성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 발생했는데, 삼성 직원들이 기자들을 밀어내면서 카메라와 마이크가 사람과 서로 부딪히는 등 충돌이 한층 격해졌다.

특히 무거운 취재장비를 들고 있던 카메라 기자와 오디오 스텝들이 떠밀리면서 바닥에 나뒹굴거나 발에 차이는 등 수난을 겪었다.

모 방송사 여기자는 임신 중에 현장 취재를 맡았다가 삼성 계열사 직원이 거칠게 달려들려는 위험한 순간 동료 기자가 '임산부 여기자에게 무슨 짓이냐'며 이 직원을 막기도 했다.

일부 카메라 기자는 법원 주차장에서 즉각적인 '폭력 규탄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장 취재기자들은 삼성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삼성은 현장에서의 사과는 하지않은채, 시간이 지난뒤 그룹 홍보실에서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영상 리포트로 나가느냐"는 문의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 기막힌 사건은 신문의 태도다. 삼성 계열사 직원들은 전·현직 사장들을 모시느라 그랬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문들은 항소심 결심공판기사를 단 한줄도 싣지 않았다.

'공판에서 징역 5년, 3년이 구형되었다'는 기사만 중앙일보 단 한 곳에 실렸다. 다른 모든 신문에 실리고 중앙일보에만 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뒤집고 중앙일보만이 공판소식을 보도했다(물론 변호인 입장을 더 강조했다).

충돌과 폭행 사건 관련기사는 전혀 없었다. 방송은 MBC, YTN 등이 보도했고, 국민일보(조선일보는 8일)가 이날 인터넷으로 보도했지만 아침 신문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삼성의 힘' 그대 앞에만 서면 왜 언론은 작아지는가?

검찰 공연 '백설공주'는 풍자극이 아닌 자살극?

오는 28일 대검찰청 대강당에서울트라 초강력 미스테리 수사극 '백설공주 살인 미수사건'이 막을 올린다.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법원과 신경전을 벌였던 검찰이 그동안 쌓인 불만을 풍자극 풀어낸다는 의중인데, 대검찰청 직원들이 왕비와 백설공주, 난쟁이 역할을 맡고 직원 자녀 여섯 명이 난쟁이로 출연한다.

연극 줄거리는 백설공주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와 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판사가 등장하는데 판사는 검사가 올린 왕비에 대한 체포영장을 자꾸 기각시킨다.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는 것이 기각 사유다. 공주의 사인 규명을 위해 사체 부검차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만 판사는 다시 너무 아름다운 백설공주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며 또 기각 시킨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토해내 살아나 상황을 증언하고 왕비는 살인미수 죄로 징벌을 받는다.

검찰은 연말에 그저 부담 없이 웃자고(?) 연극을 한다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심혈(?)을 기울인 내용인데다 법원도 웃을 지는 모륵겠다.

그런데 이 검찰의 풍자극에는 상당히 심각한 모순과 시놉시스 상의 문제가 발견된다.

첫번째로, 풍자극의 '모순'이다. 왕비가 백설공주를 살해하기 위해 코르셋(중세 맵시를 내기 위해 배에서 엉덩이에 걸쳐 받쳐 입는 여자의 속옷)을 꽉꽉 조여 백설공주의 질식사를 유도하다가 실패한다.

왕비는 다시 사냥꾼을 보내 암살하려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하자, 왕비가 직접 나서 백설공주를 속인 뒤 결국 독사과를 먹인다.

그런데 이같은 내용이 '안 되는 것을 계속 시도하는 모습'인지라, 자칫 기각된 영장을 또 청구하고 기각되자 또다시 청구하는 검찰의 '밀어붙이기'를 연상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 풍자극 시놉시스의 문제다. 법원이 시신에 대해서도 존엄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체부검 영장을 기각시킨 뒤 백설공주가 살아나는 걸로 되어 있어 자칫 검찰의 사체부검 영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면 곧 살아날 백설공주가 수술대에서 '공권력의 칼'에 허망하게 숨져버리는 스토리가 된다.

검찰이 '공들여' 준비한 이 연극이 오히려 '자살골'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싱거운 민주당 워크숍…한화갑 대표 손에 든 '꽃놀이 패'

지난 6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통합파'와 '독자생존파'간에 '2라운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를 두고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정균환 부대표 등 고건 전 총리를 지지하는 통합 신당파 인사들이 대거 불참해 예상밖으로 싱겁게 끝났다. 현역의원들도 분임토의에서 빠져 버렸다.

한화갑 대표 진영이 당무감사를 통해 지역위원장 구조조정을 하면서 고건 쪽에 가까운 위원장들이 많이 밀려나 장내정리가 됐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덕분에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 중심의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을 역설하며 밤 늦도록 술자리를 함께 하는 여유를 보였다.

어쨌든 지금 한화갑 대표가 쥐고 있는 패는 '꽃놀이 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연대하면 신라와 백제의 나제동맹인 셈이니, 영호남 지역화합에 기여했다고 내세우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아니라면 고구려와 백제의 여제동맹으로 풀이할 수 있는 '호남 충청 서쪽 벨트'를 반(反) 한나라당 전선에 묶어 민주개혁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던졌다고 외치면 된다는 것. 그래서 이를 '꽃놀이 패'라고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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