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因緣)이다. 억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부 인연을 맺는다. 인연 없는 결과는 없다.” 오랜 세월 세간에 진리로 구전되어 오는 말이다. 인연이란 “과거의 인과(因果)로 말미암은 현재의 보응(報應)”일 뿐, 인간의 생로병사와 부귀빈천 등이 모두 인연[依據]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만남과 헤어짐은 물론 현세의 성공과 실패, 부귀와 빈천 등은 모두 전생의 업에 따른 결과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과연 현세의 일상은 인연에 따른 결과일까? 이치에 따른 결과일까? 어떤 것이 옳다고 단정하긴 쉽지 않지만, 한자 문화권의 최고 경전인 <역경(易經)>의 원리를 바탕으로 보면 현세의 결과는 인연이라기보다는 이치에 따른 결과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인연설을 절대적이라고 하는 건 그다지 믿을 게 못 된다고 할 수 있다.
<역경>에서는 만남과 헤어짐은 물론 인간의 생로병사와 부귀빈천 등은 모두 도[天道]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의(正義)했다. 그러니까 하늘 즉 해, 달,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 등이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며 생산해 내는 기운이 순환하면서 인간의 길흉화복은 물론 삼라만상의 생로병사와 부귀빈천을 주관한다고 정의했다는 뜻이다.
역리학당 오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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