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불매운동'…대전 일본차 매장 가보니
[르포] '日불매운동'…대전 일본차 매장 가보니
  • 김용우 기자
  • 승인 2019.08.09 23: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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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직격탄...내방객 발길 끊겨 ‘썰렁’
딜러들, 견적 문의↓...생계 위협 '신음'
전문가들 "일방적 비난 자제해야"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서며 촉발된 불매운동이 대전지역에서도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본지는 대전지역 일본차 매장 두 곳을 방문해 실제 분위기를 확인해봤다.

8일 오후 3시 유성구에 있는 일본자동차 브랜드 A사의 전시장.

전시장은 시승과 견적 문의를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고객을 응대하는 프론트 직원 두 명과 딜러들뿐이었다. 기자가 매장으로 들어가는 것 조차도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불매운동의 여파로 손님이 끊기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취재 사실을 알리자 직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을 아꼈다. 가까스로 한 딜러에게 최근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견적문의와 시승문의가 평소 절반수준도 안된다”면서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 딜러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평소 같으면 하루 10명 이상이 매장을 찾아 신차견적을 내거나 전시용차를 둘러보았지만 불매운동이후 고객이 절반수준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

그는 “최근 일본차에 대한 크고 작은 테러와 주유 거부 등 불매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일본 브랜드 차를 판매하는 직원들은 한국인인데 우리의 생계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억울함 토로했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인 7월 일본차 신규 등록대수는 2674대로 작년 같은 기간(3229대) 대비 17.2% 감소했다. 올 6월(3946대)에 비해서는 32.2% 감소한 수치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본사에서는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지만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불매운동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판매량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딜러들은 생계 위협에 신음하고 있다.

대부분 딜러들은 차량 판매율로 급여를 받는다. 즉, 한일 관계가 딜러들의 생계에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계약 날짜가 아닌 출고 날짜로 실적이 계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딜러들의 급여 체감 효과는 내달부터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 차원의 현실적 지원이 마련될 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딜러들은 생계를 위한 이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결국 일본 브랜드사 딜러들이 생계를 버티지 못해 유럽, 미국, 국산 쪽으로 이직이 불가피하다”며 “본사에서 출혈이 상당히 크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내부 직원들에게 생계를 보장해 주고 타개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일본차 브랜드 B사의 매장을 찾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 내방객은 없고 직원들과 전시차들만 있었다.

기자라고 밝히자 프론트 직원은 “인터뷰를 할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최근 본사에서 ‘언론 인터뷰에 일절 대응하지 말라’는 입단속 지침이 내려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 직원은 "불매운동은 일본 기업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애꿎은 직원들까지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다"며 "매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욕을 하시는 데 우리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이 '누군가에게는 생계 및 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 중 한 명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또는 배우자나 자식이다. 그들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일방·무조건적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 과연 애국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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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2019-08-11 17:41:39
중국 차를파세요 값싼 중국 전기차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