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식의전 서열 2위인 대전시의회 권중순 의장이 대놓고 ‘패싱’ 당했다.
최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대전의 한 아파트 복구현장에 국회의장과 전·현직 국무총리가 방문했지만 집행부는 권 의장 측에게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권 의장을 투명인간 취급한 셈이다.
대전시는 상급 기관의 연락을 받고 참석한 부분이라 의회에 별도로 연락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시의회 내부에선 집행부가 대전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 전체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의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6일 대전시·서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 1일 이틀간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낙연 민주당 국회의원,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 수해 복구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주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피해복구 지원”을 주문했다.
현장에는 허태정 대전시장을 비롯해 장종태 서구청장, 이선용 서구의회 의장, 일부 대전시·구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대전시의회 수장인 권 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도 오는데 시의회 의장은 왜 안 오느냐”며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시장님과 같이 하는 일정이면 의장님께 참석 요청을 드린다. 이번 건은 저희도 연락을 받고 참석한 부분이라 별도로 연락드리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재민이 발생해 의전을 최소화하기로 요청받아 연락을 안 하신 것 같고 현재 의전비서관이 휴가를 가서 당시 상황을 정확히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권 의장은 조만간 집행부 고위공무원을 불러 이번 사태에 대한 반성과 향후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할 예정이다.
권 의장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가 대전에 온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저도 언론을 통해 알아 황당했다"며 "공식·비공식 정보 체제를 가동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겠다"고 했다.
이번 패싱 사태는 시의회의 위상 추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권 의장이 집행부와 동료 시의원 간 단절된 소통 부재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수해 현장에는 일부 대전시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권 의장이 충분히 연락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의장 선출 과정에서 촉발된 여진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편 권 의장은 지난달 31일과 1일 공식 일정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