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는 기존 양자프로세서를 상온에서도 작동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실리콘 및 질화규소를 이용해 양자 인터넷 구현에 필요한 광원소자와 광집적회로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양자 게이트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양자 인터넷은 광자의 양자 중첩, 양자 얽힘 과 같은 양자역학 현상을 활용해 양자 데이터를 전달하는 새로운 인터넷 기술이다. 기존 인터넷보다 데이터 전송의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계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차세대 정보통신 인프라 기술로 손꼽힌다.
자기장, 전류 등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험 환경을 갖추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에 연구진은 기술선점을 위해 양자 광학 방식을 택했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아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고 작은 크기로 집적하기도 쉬워 상용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실리콘으로 축퇴사광파혼합 과정을 이용, 광자 쌍을 만드는 양자광원 소자를 개발했다. 양자 데이터를 전달하기 위해 빛의 최소 단위이자 큐비트 역할을 하는 빛 알갱이인 광자(光子)를 한 개씩 만들어 내는 ‘레이저 총’을 개발한 셈이다.
양자광원 소자는 얽힘 상태에 있는 광자 쌍을 1:700 비율로 생성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인 라이트 웨이브 테크놀로지 저널(Journal of Lightwave Technology)에도 게재되며 그 우수성을 알렸다.
아울러 ETRI는 광 전송손실 특성이 좋은 실리콘과 질화규소로 광도파로를 활용, 광집적회로를 만들었다. 양자광원 소자에서 만들어 낸 단일 광자쌍을 이 회로에 입력하면 양자 간섭 현상을 통해 광자의 양자 상태를 제어할 수 있다.
연구진의 기술은 양자 인터넷 구현의 핵심기술인 얽힘 광자 쌍 및 양자 프로세서 칩 개발의 서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ETRI는 20여 년 넘게 광 집적회로 기술 연구 노하우와 원천기술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반도체 공정기술을 이용해 양자 연산 신뢰도를 높이고 게이트 확장에도 유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ETRI 주정진 양자광학연구실장은 “양자 인터넷 핵심기술 개발 및 산업화에 국내 반도체 산업의 강점을 활용, 우리나라가 미래 인터넷 강국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진은 양자 광원 소자의 광자 쌍 생성 비율을 개선하고 광도파로의 전파 손실율을 낮추며 게이트 신뢰도를 99% 이상으로 높이는 등 양자 인터넷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