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이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 고주파수 신호를 효율적으로 검출하는 다중방 공진기를 개발했다.
액시온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반물질 비대칭 문제를 풀 실마리이자 암흑물질의 후보로, 현대 물리학의 난제 해결을 위해 고안된 입자다.
액시온은 자기장을 만나면 마이크로파장의 전자기파로 변하는데, 이를 공명을 이용해 검출할 수 있다. 이때 신호의 주파수를 결정하는 것은 액시온의 질량인데, 질량이 이론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모든 주파수 영역대를 실험해 볼 수밖에 없다.
공진기는 부피가 작을수록 고유주파수가 높아 고주파 신호를 탐색하려면 공진기 부피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부피가 줄면 액시온이 전자기파로 변하는 확률도 감소해, 같은 양의 데이터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연구진은 원통형 공진기를 피자 모양으로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 고유주파수를 높이되 부피는 최대화한 다중방 공진기를 고안했다. 방 개수가 많아질수록 더 높은 고유주파수를 얻을 수 있다. 또 가운데에 방들이 서로 연결되는 빈 공간을 만들어, 한 개의 안테나로 공진기 전체 신호를 읽을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2년 동안 방대한 시뮬레이션과 시제품 테스트를 통해 피자 공진기의 디자인을 최적화하고 가공 오차 문제를 해결했다. 제작공정에서 아주 미세한 오차라도 발생하면, 공진기 안의 전자기장이 가장 넓은 방으로 쏠려 실제 검출 부피가 줄어들 수 있다.
연구진은 방들 사이의 전자기장 상호작용을 공진기 가운데의 안테나로 읽어냈다. 아울러 가운데 공간 크기를 조절해 가공 오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피자 공진기의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이 가운데 공간을 ‘피자 세이버(피자를 고정하는 플라스틱 핀)’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진은 새로운 디자인을 실제 실험에 적용해, 9 테슬라 초전도 자석과 방이 2개인 이중방 피자 공진기로 액시온 검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DMX 탐색 영역보다 4~5배 높은 주파수 영역대를 3주 만에 검색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공진기로 3개월이 걸릴 실험을 1/4로 단축한 것이다.
윤성우 연구위원은 “공진기 모양 자체를 바꾸는 시도는 드물었는데, 디자인 변경만으로 실험 효율을 크게 높였다는 의의가 있다”며 “기존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내는 데 4년이 걸린다고 하면 이제 1년이면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