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생체재료연구센터 정영미 박사연구팀이 서울대병원 양재석 교수팀과 함께 인공혈관을 개발하고 인간의 혈액 순환계를 그대로 재현한 순환계혈관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인공 장기나 의료기기를 신체에 이식하게 되면 발생하는 대표적 면역 거부반응은 장기와 수여자의 혈관이 연결된 이후 혈액이 응고되어 혈관이 막히는 문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장기를 이식해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며, 특히 혈액이 굳는 반응은 실제 혈액이 흐르는 혈관과 유사한 환경이 아니면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은 혈액 응고를 이식 전에 검증하기 위해 혈관을 구성하는 주요성분인 콜라겐과 피브린을 베이스로 제작한 튜브 형태의 틀에 액체 상태인 하이드로겔을 넣고 37°C에서 굳혀준 뒤 압축하는 간편한 방법으로 인공혈관을 개발하고, 실제 혈관에서처럼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인공혈관 구조에서는 혈관 제작을 위해 혈관내피세포를 7~21일간 배양해야 했던 반면, 새로운 인공혈관은 혈관내피세포가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부착되어 3일 이내 혈관 제작이 가능해져 분석툴로 적용시 실험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개발한 인공혈관 플랫폼은 체외 실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동물모델을 이용한 체내 실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돼지의 혈관 내피세포를 혈관 플랫폼의 혈관내막에 배양해 인공 돼지 혈관을 제작한 후 사람의 혈액을 순환시켜 체외 시험을 진행하고 사람과 유사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한 생쥐 모델에 인공 돼지 혈관을 이식하여 체내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에서 조작한 특정 유전자로 제작한 혈관 샘플이 급성 면역 거부반응을 잘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해당 유전자 조작돼지가 면역 거부반응이 적은 장기 기증 동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정영미 박사는 “제작법이 간단해 기업이나 병원 등에서 개발한 혈관 관련 신약이나 면역 치료법에 대한 전임상 툴(TOOL)로도 사용될 수 있어 상업적으로도 효용성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