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모자에 바지 교복으로 여성지도자를 꿈꾸던 그녀들도 이제는 배꽃처럼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중년이
되었다. 소녀의 감성을 간직한 만년 여고 동창…. 그녀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박행자 동창회장이 직접 말하는 이 우스개 소리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의 50%는 바로 이 탐관오리이다.
탐관오리가 많은 까닭에 여학교 동창회는 활성화되기가 어렵다.
매회 동창회마다 눈깜짝 안하고 기부금을 지원하는 남학교에 비해 여학교 동창회는 그 지원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전여고 동창회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최근 무작위 추첨으로 고등학교 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명문 대전여고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애교심에 불타는 대전여고인들은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대전여고를 살려보자는 그녀들의 노력은 학교 곳곳에 나타난다. 여인의 동상이나 시계탑처럼 소녀의 감성을 돋우는 조형물은 물론이고 대전여고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인 대전여고 역사관도 그녀들이 십시일반 일궈낸 결과이다. 꾸준히 장학금을 지급하고 인재를 발굴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전여고 동창회. 이것은 단순한 학교사랑이 아니라 나아가 여성지도자를 키워내고자 하는 여성들의 힘겨운 투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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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유
인터넷검색 싸이트에 들어가서 대전여고를 치면
대전여고출신의 명사들이 검색된다.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가지 못해서
몇 장을 넘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남학교중에 유명한 학교는 명사검색이 수십 페이지에 다다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그 자부심이다.
나를 대전여고인이라고 반드시, 그리고 떳떳이 밝히는 대전여고인들의 굳은 배포는 명문학교 출신의 자부심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