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여성지도자 양육에 노력
후배 여성지도자 양육에 노력
  • 편집국
  • 승인 2005.09.0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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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자고등학교

빵모자에 바지 교복으로 여성지도자를 꿈꾸던 그녀들도 이제는 배꽃처럼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중년이 되었다. 소녀의 감성을 간직한 만년 여고 동창…. 그녀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대전여자고등학교 전경 아직 해방이 되지 못했던 1937년 신여성에 대한 까닭모를 외경심이 팽배해 있을 무렵, 대전에도 여성을 위한 학교가 들어섰다. 대전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1941년 첫회 졸업생 79명을 배출한 이 학교. 바로 이 학교가 지금의 대전여고(교장 신근철)의 전신이다. 대전의 신여성, 대전의 엘리트를 배출해 내는 대전여고는 이렇게 출발했다. 1950년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여성에게는 가정의 의무만이 요구되어질 그 쯤 빵모자에 바지 교복을 입고 다니는 대전여고 여학생들은 그야말로 여신이었다. 학력고사라는 것이 있던 그 시절 명문대학의 등용문처럼 등장한 명문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대전에서는 단연코 대전여고가 일등이었다. 들어가기가 대학만큼 어려웠다는 그 명문여고. 그래서 대전여고인들은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자란 사람치고 대전여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연배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대전여고의 교복을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 대전여고 정문 앞에서 빵모자의 그녀를 보겠다고 기웃거려본 남학생들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전의 유명 지도인사들 가운데 이 이야기에 얼굴을 붉히는 이도 많을 터. 대전여고 여학생의 교복에 반해 연애를 시작한 인사들도 꽤 있다고 한다. 만약 증거가 필요하다면 지도인사들의 아내 중 대전여고 출신이 있는지 잘 찾아보자. 그 또한 작은 재미가 될 듯 하다. 여자는 세가지 종류의 오리에 비유할 수 있다고 한다. 황금오리, 청동오리, 탐관오리가 그것. 황금오리는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쓰는 여자이고, 청동오리는 간간히 작은 소일거리로 가정에 보탬이 되는 여자이며, 탐관오리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만 쓰는 사람이다. ▲ 박행자 회장
박행자 동창회장이 직접 말하는 이 우스개 소리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의 50%는 바로 이 탐관오리이다.

탐관오리가 많은 까닭에 여학교 동창회는 활성화되기가 어렵다.

매회 동창회마다 눈깜짝 안하고 기부금을 지원하는 남학교에 비해 여학교 동창회는 그 지원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전여고 동창회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최근 무작위 추첨으로 고등학교 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명문 대전여고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애교심에 불타는 대전여고인들은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대전여고를 살려보자는 그녀들의 노력은 학교 곳곳에 나타난다. 여인의 동상이나 시계탑처럼 소녀의 감성을 돋우는 조형물은 물론이고 대전여고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인 대전여고 역사관도 그녀들이 십시일반 일궈낸 결과이다. 꾸준히 장학금을 지급하고 인재를 발굴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전여고 동창회. 이것은 단순한 학교사랑이 아니라 나아가 여성지도자를 키워내고자 하는 여성들의 힘겨운 투쟁이 아닌가 한다.

   
▲ 시사포유
인터넷검색 싸이트에 들어가서 대전여고를 치면 대전여고출신의 명사들이 검색된다.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가지 못해서 몇 장을 넘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남학교중에 유명한 학교는 명사검색이 수십 페이지에 다다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그 자부심이다.

나를 대전여고인이라고 반드시, 그리고 떳떳이 밝히는 대전여고인들의 굳은 배포는 명문학교 출신의 자부심이 아닐까 한다.

/ 안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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