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세시봉, 장기하와 얼굴들을 대전에서?
부활, 세시봉, 장기하와 얼굴들을 대전에서?
  • 월간토마토 박숙현
  • 승인 2011.10.14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11월 빅필드페스티벌, 대전사운드페스티벌 등 록페스티벌 주목

대전에 록페스티벌이 온다. 그것도 10월과 11월 연달아서. 10월 15일에는 빅필드페스티벌이, 11월 11일에는 대전사운드페스티벌이 열린다.

주로 여름에 야외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이 가을에, 그것도 문화의 불모지라 불리는 대전에서 열리다니. 일단 신기하다.처음에 록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리를 듣고 마냥 기뻤다. ‘지산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가 대전에서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글쟁이 였다.

빅필드페스티벌과 사운드페스티벌의 시작도 그랬다. 두 페스티벌이열리는 계기는 달랐지만, 취지는 같았다. 둘 다 대전의 록페스티벌을 꿈꾸면서 판을 벌이는 것이었다.

▲ 1964년부터 이어온 해외 최대 록페스티벌 우드스톡
다른 시작, 같은 목표

10월 열리는 빅필드페스티벌은 그동안 대전에서 찾아볼 수 없던 대규모 록페스티벌이다. 주최는 대전 중소기업과 일본 기업으로, 대전과 삿포로가 자매결연을 하며 본격화됐다.

빅필드페스티벌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음향감독 윤종갑 씨는 “이머시스라는 대전 음향업체가 삿포로에 있는 일본 기업과 일을 해오고 있었는데, 그 기업 가운데 WESS라는 기업이 있었어요. 일본 썬라이징록페스티벌을 주관하는 곳이죠. 그렇게 업체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가다가 빅필드페스티벌이 시작됐어요.”라고 말했다.

11월에 열리는 사운드페스티벌은 대전에서 록페스티벌 개최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록페스티벌이다.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사운드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SNS를 통해 만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추진위원장이자 인디밴드 자판기커피숍에서 활동하는 박정훈 씨가 있었다.

“간혹 돈으로 행사한다는 느낌을 받는 무대가 있는데, 그런 공연을 주최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무대에 서는 사람이 상처를 받았죠. 연주자와 관객이 제대로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이 사운드페스티벌의 시작이 됐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30명이 모이면 록페스티벌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트위터에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30명이 금방 모이더라고요.저도 사실 좀 놀랐어요.”

▲ 동두천 록 페스티벌
지역적 동의 구하며 함께 성장해야

빅필드페스티벌에는 한국과 일본 밴드가 각각 5팀 출연한다. 그중에서 대전 밴드는 ‘버닝햅번’뿐이다. 사운드페스티벌도 크게 다르진 않다. 사운드페스티벌은 현재 자우림, 강산에 밴드, 안치환 밴드, 세시봉, 장기화와 얼굴들, 좋아서 하는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 갤럭시 익스프레스, 자판기커피숍, 버닝햅번 등을 출연진으로 섭외하고 있다. 여기에 별도 무대를 설치해 다양한 밴드가 공연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냥 하나의 마당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은 큰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지역 밴드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 밴드를 무대에 세우지 못하는 이유로 ‘부족한 실력’을 꼽기도 했다.

신기용 빅필드페스티벌 추진위원장은 “다른 한국 팀과 견줄 만한 실력을 갖춘 지역 밴드가 없었다.”라고 라인업 구성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빅필드페스티벌은 입장료로 6만 원, 사운드페스티벌은 3~5만 원대 입장료를 받는 만큼, 그만한 공연을 선보여야 하는 책임감이 있었을 터다.

그래도 생각해야 할 것은 ‘페스티벌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지역적 동의를 얻었는가’라는 점이다. 여기서 ‘동의’라는 낱말에 발끈할 필요는 없다. 지역 음악계와 함께 성장한다는 원칙이 페스티벌 성공가능성과 장기적인 진행을 가능케 하는 핵심 열쇳말이기 때문이다.

대전 시민만을 대상으로 한 페스티벌이 아니고 많은 시민에게 좋은 밴드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겠지만 이건 너무 뻔하다. 지산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록페스티벌과 차별성이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란 정말 어렵다. 차근차근 두텁게 내공을 쌓아가야 하는데, 가장 확실하고도 안정적인 방법이 지역적 합의와 호응이다.

단순히 페스티벌 무대에 우리 지역 밴드 몇 팀이 올라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페스티벌이 침체한 지역 대중음악계에 어떤 활력소를 제공해 향후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느냐의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두 기획 모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록페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고 10월과 11월 대전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이 의미가 없나? 그렇지 않다. 토마토는 늘 안 될 것이라 얘기하는 분야에 도전하는 이들을 응원한다. 편향적으로 말이다. 그래서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주최 측이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며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듯이 우리도 그들의 시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밴드를 중심으로 한 지역 대중음악계가 쇠퇴한 책임을 음악인들에게만 물을 수 있겠는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10월과 11월에 열리는 록페스티벌은 형식에 있어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도를 모두 담고 있다. 빅필드는 기업에서 주관해 큰 규모로 진행하고 11월 사운드는 비교적 젊은 음악인들이 주축이 돼 사고를 쳤다.

이 두 시도가 남기는 것 아무것도 없이 헛되이 끝난다면 이건 주최 측만의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역에서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많은 이들의 열정에도 찬물을 부어버릴 수 있다. 두 페스티벌 모두 일정 성과를 거두길 간절히 기원한다.

록페스티벌 일정

빅필드페스티벌

일정 : 10월 15일(토) 입장 _ 12 : 00 공연시작 _ 15:00
장소 : 엑스포남문광장
출연진 한국 밴드 : 부활, 김종서 밴드, 강산에 밴드, 크라잉넛, 버닝햅번 
         일본 밴드 : FLOW, Dust box, Locofrank, Jake Stone Garage, MATENROU

※ 입장권 : 6만원, 문의 : 070-4070-5030

사운드페스티벌
일정 : 11월 11일(금) 15 : 00
장소 : 신탄진 대청댐 내 잔디광장
출연진 : 자우림, 강산에 밴드, 안치환 밴드, 세시봉, 장기하와 얼굴들, 좋아서 하는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 갤럭시 익스프레스, 자판기커피숍, 버닝햅번 등을 섭외 중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