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시 대전 이미지 담은 ‘로봇이야기’ 오페라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충남대 등 지역대학과 대전예술의전당의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도에 탄생한 창작오페라 <레테>(The Lethe)가 다음달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재공연된다. 평일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 총 세 차례 무대에 오른다.
대전예술의전당과 충남대·한밭대·목원대가 공동 주최하고, 충남대 예술문화연구소, (사)대전시민오페라단, 대전오라토리오가 주관하는 이번 <레테> 공연은 대전지역 문화예술인력들이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대거 참여할 뿐만 아니라,
2022년 대전 UCLG총회 개최를 기념해 포스트휴먼 시대 로봇과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오페라를 통해 선보인다는 점에서 대전시민들과 문화예술계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난로봇이라는 소재는 대전의 이미지를 ‘첨단과학의 도시’로 부각시키면서 대전 브랜드오페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에서 채택됐다.
오페라 <레테>는 그리스신화에서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망자들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망각의 강 ‘레테’에서 모티프와 제목을 가져왔다.
‘레테’는 지진·해일·전쟁 등의 재난상황에서 험지에 들어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개발된 ‘재난로봇’에 붙여진 모델명이자, 수명을 다한 재난로봇 레테가 폐기되는 뜨거운 용광로를 일컫는 ‘불의 강’ 이름이다. 레테의 강물을 마신 망자들이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레테의 강을 건너 저승으로 가듯, 수명을 다한 재난로봇들은 활동을 통해 얻은 모든 정보를 인간에게 내어주고 뜨거운 용광로인 불의 강 레테로 뛰어들어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게 된다.
인간과 가까운 지능과 신체를 가진 인공지능로봇 ‘레테’! 인간과 같은 사고와 판단은 물론 인간과 같은 감정도 학습한 기계 인간 ‘레테’! 오페라 <레테>는 폐기장에 들어가기 전 죽고 싶지 않다며 비상사태를 틈타 탈출한 재난로봇과 이를 추격하는 다른 재난로봇들의 이야기이다. 로봇 폐기장에서 펼쳐지는 재난로봇과 인간의 이야기는 인공지능(AI), 소셜로봇, 로봇강아지, 사이보그 등 현실이 되어버린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낯선 존재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게 한다.
<레테>는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음악보다 조성음악이라는 큰 틀 속에 다양한 장르의 수용을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로봇의 주요 테마 선율은 라이트모티브(곡 중 주요 인물이나 특정 감정 등을 상징하는 주제적 동기), 주요 테마의 배경은 미니멀리즘(단순성을 추구해 표현을 최소화하는 기법), 그 외에 서양음악과 동요 멜로디, 나팔소리 등을 빌려오는 인용기법 등을 활용했다. 이 밖에도 탱고, 변형된 하바네라, 왈츠리듬 등의 춤곡이 사용되고, 여기에 오케스트라와 다양한 타악기의 음색효과가 더해져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 다채로운 색채감을 부여한다.
오페라 <레테> 공연의 예술총감독은 전정임 충남대 교수, 공동예술감독은 길민호 한밭대 교수가 맡는다. 이 작품의 작곡가 김주원은 충남대 음악과 출신으로 동아음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 세일한국가곡콩쿠르 등의 입상은 물론 오페라 <너에게 간다>, <사막 속의 흰개미>, <허왕후> 등을 작곡해 오페라 작곡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작곡가이다. 대본가 황정은은 희곡 <노스체>, <사막 속의 흰개미> 등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연출을 맡은 윤상호는 현재 오페라, 뮤지컬, 합창극 연출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로, 재공연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대립을 심화시키면서 창의적인 연출 기법으로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지휘자 진솔은 대구국제방송교향악단 전임지휘자로, 게임음악공연 및 융합 콘텐츠 제작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젊은 지휘자이다.
그 외 음악감독 박세환, 합창지휘 장명기, 피아노 추예은, 참여 성악가 등 대전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있는 예술인들이 함께하며, 지역 대학생들 또한 공연에 참여해 오페라 전문 연주자·제작자들과 협업해봄으로써 청년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