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광수도 대덕'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 되선 안된다
[칼럼] '관광수도 대덕'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 되선 안된다
  • 김용우 기자
  • 승인 2023.01.17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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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규 청장 '세계고래축제 대덕' 추진에 이목 집중
탄탄한 스토리 기반 부가가치 극대화 주력해야
충청뉴스 김용우 기자
충청뉴스 김용우 기자

‘놀이’는 인간의 본원적 특성이다.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1938년 출간한 ‘호모루덴스’라는 저서를 통해, 놀이는 문화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기술했다.

인간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인 ‘놀이’는 사회의 변화를 거치며 축제 문화로 귀결됐다. 놀이에 대한 욕구가 구체화되고 산업의 성격이 덧씌워져 가며, 놀이의 인간이라는 의미인 ‘호모루덴스’를 요약한 결정체가 축제가 됐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옥, 공장, 군대, 병원, 독재사회 등 물리적 제약이 있는 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인간의 삶에는 ‘놀이’ 즉, 축제가 수반됐다.

현대로 접어들며 사회의 고도화에 발맞춰 발전해 온 놀이, 즉 축제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른 듯 같은 양상을 보인다. 서구(西歐)에선 페스티벌(Festival), 카니발(Carnival), 페스타(Feast), 갈라(Gala) 등의 이름으로 발전했고, 한국에선 음주와 가무가 곁들여진 대회, 잔치, 축제 등을 총칭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름만 다를 뿐 놀이에 기반을 둔 하나의 문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갖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대사회 축제의 발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산업으로의 도약이다. 축제가 유의미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관광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적 효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만 비공식 행사 포함 1만여 개가 넘는 축제가 열린다고 집계되는 것은 이에 대한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축제가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보다 관심을 끄는 분야는 ‘역발상’이다. 눈에 보이는 가치를 넘어선 발상의 전환에 기반한 가상의 스토리가 유형·무형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켜 기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 인어 축제(Coney Island Mermaid Parade)를 들 수 있다. 매년 미국 뉴욕시 브르클린에서 열리는 인어 축제는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아트 퍼레이드(art parade)라는 전언이다. 이 축제에 직접 참여하는 인구만 3000여명, 인근에서 수만 명의 관중이 모여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것.

실존하지 않는 ‘인어’가 축제를 통해 상형화되면서, 집객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국내의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 있는 인어공주상 역시, 버려질 뻔한 동상에 스토리를 입혀 다양한 시너지를 거둔다는 점에서 맥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으로 볼 때 최근 대전 대덕구의 시도는 신선하다. 최충규 구청장의 공약으로 추진하는 ‘세계고래축제 대덕’은 큰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의 발전을 갖추지 못한 대덕구에서 ‘고래’를 통한 관광플랫폼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한다.

특히, 대덕에 고래가 실존하지만 않지만 스토리에 기반한 축제를 통해 상형화될 경우, 기대 이상의 부가가치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이벤트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고래축제 대덕’은 탄탄한 스토리와 홍보만 뒷받침된다면 관광주도형 플랫폼 프로모션으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는 얘기다.

물론 일각의 걱정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덕과 고래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 등 ‘세계고래축제 대덕’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축제 성공의 과제 역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쉽다. 고래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축제의 성공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미국과 춘천이 해 낸 일을, 왜 우리 대덕만 할 수 없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색할 수밖에 없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무릇 일은 시도를 해야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 시작도 해보지 않고 풀어야 할 과제를 이유로 못하겠다고 하면 아무런 변화도 발전도 가져올 수 없다.

만약 ‘세계고래축제 대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노출됐다면 수정하고 고치면 그만이다. 또, 일을 추진하니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는 치명적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접으면 된다.

‘밥 먹으면 체할 수 있으니 굶어야 한다’는 논리로 대덕의 미래 먹을거리가 될 관광주도형 플랫폼 프로모션의 발목을 잡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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