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화학 산업의 핵심 물질인 과산화수소의 생산 효율을 세계 최고치로 경신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 및 성영은 부연구단장이 에드워드 살전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 효율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촉매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촉매는 1㎏로도 하루 6.6t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성능으로 연구진이 2020년 세웠던 기록(341.2㎏)을 자체 갱신했다.
과산화수소는 치약이나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멸균이 필요한 의료현장, 불순물 제거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현재 과산화수소는 ‘안트라퀴논 공정’으로 생산된다. 안트라퀴논이라는 유기물에 수소를 첨가하고 공기로 산화시키는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값비싼 귀금속인 팔라듐 촉매를 다량 사용해야 하고, 공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에너지 소모량도 많고, 부산물로 유기물이 발생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 단점을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산소(O2)에 전자를 추가하는 환원 과정을 이용해 과산화수소(H2O2)를 생산하는 전기화학적인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높은 압력이나 고온이 필요 없고 부산물이 없어 깨끗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이를 위한 적절한 산업용 촉매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산업적 적용이 가능한 전류밀도(0.3A/㎠ 이상)에서도 높은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보였으며,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고농도의 과산화수소(5wt%)를 생산할 수 있다.
또 10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해도 초기 성능의 99% 이상을 유지하는 안정성 역시 확보했다. 1t(톤)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는 16GJ(기가줄)로 기존 안트라퀴논 공정(70GJ/ton)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성영은 부단장은 “초고농도 과산화수소(30wt%)를 전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촉매를 개선시킬 계획”이라며 “과산화수소는 물과 희석하여 원하는 농도로 사용되는데, 고농축 과산화수소를 생산하게 되면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 이득이 더 크다”고 밝혔다.
현택환 단장은 “과산화수소 뿐 아니라 분자촉매를 이용한 여러 유용한 화학연료 전기적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학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