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노인복지시설에서 23년을 근무한 사회복지사가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요양원 스케치북”(도서 출판 지식 공감)에는 노인을 중심으로 직원과 봉사자 그리고 가족이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다.
이젠 요양원이 대세다. 요양원을 제외하고는 노후를 이야기할 수 없다. 요양원은 외딴섬 구석진 곳의 남의 집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 나의 문제이며, 반드시 찾아올 당신과 나의 현실이 되고 있다.
집 밖에 나가 거리의 간판을 보면 장기 요양기관이나 요양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요양시설 건립에 대한 지역이기주의의 표상인 님비현상은 이젠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요양시설은 자주 접하는 내 이웃처럼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곳곳의 정류장처럼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다.
노인인구와 평균수명의 증가는 일상생활을 자립할 수 없는 노인의 비율을 증가시켰으며, 부양의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수 없음이 당연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노망들면 빨리 죽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내 가족과 내가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요양시설의 당위성을 높여주고 있으며, 노인을 위한 시설은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특히, 노인성 치매 등의 요양 필요도가 높은 노인들은 요양시설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요양원은 선택이 아니라 이제 필수가 되고 절대적 대안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당신과 나의 요양원은 피하고만 싶은 노년의 우울한 검은 그림자이지만 내 일기장의 이야기가 될 분명한 미래이기에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시간을 피하고 거스를 수 없듯이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장수할수록 노인성 치매라는 지뢰를 벗어날 수가 없다.
'요양원 스케치북은'은 어르신들의 삶과 죽음, 그 과정속에 있는 요양원 사람들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현장의 눈으로 23년간의 요양원 사람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옮겨놓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나이 듦의 과정으로부터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면 가족이나 내 인생길의 발걸음이 요양원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요양원 생활이 당연한 순리이며 과정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요양원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부모님이 쓰러져 병원 치료 후, 또는 치매로 인한 심각한 일상생활의 문제 후 요양시설을 당장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요양시설과 관련된 지인을 찾는다.
우리는 자칫 요양원과 지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인과 요양시설의 서비스 질은 별개다. 그래서 요양원을 잘 알아봐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요양원이 좋은 곳일까? 요양원에서는 내가 원하는 각종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될까? 밥은 잘 나올까? 요양원에는 무슨 일이 있을까? 요양원에서 사는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까? 저자는 어느 요양원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곳인지, 필요한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는지 요양원에서의 실생활을 있는 그대로 옮겨적었으며,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대안을 조금이나마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시각과 애정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때로는 보호자의 입장에서, 시설의 입장에서, 직원의 눈으로, 사회와 제도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주인공인 시설 노인이 요양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살아가야 하는지 현장 그대로 스케치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요즘 요양원의 하루 풍경은 어떠할까? 오늘도 목적 없이 이리저리 서성이는 노인이 있다. 적응을 하지 못해 자꾸 집으로 가시려는 노인에게 아무리 알려주어도 그때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섯 살 때야. 오월의 소풍날 놀이동산에서 한 손엔 엄마 손, 또 한 손에는 풍선 줄을 잡고 있었어. “아가야~ 엄마 손을 꼭 잡아! 놓치면 절대 안 돼~”
마냥 신기해서 한눈을 파는 사이 풍선을 놓쳤어. 저 풍선 잡아야 해~ 되돌아보니 내 손을 잡은 것이 없는 거야. 해는 기울어지고 엄마 손을 놓친 저녁 아이가 되어버렸어. 너무 무서워 요양원에 오니 풍선이 자꾸만 날아가는 거야. 인생은 오월의 소풍 같아"
요양원에서 치매 어르신이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어디론가를 가고자 하는 이유는 풍선이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시간에 이끌리어 정신없이 살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이 우리 인생이며, 기억할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은 한낱 화창한 봄날의 소풍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모두 소풍날을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소풍이다. 기억을 놓지 않도록 줄을 꼭 잡고 살아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요양원은 원양어선이 되어버렸다. 망망대해에서 정박할 곳 없는 배안에는 집을 그리워하는 선원들이 많다. 처음 요양원에 입소하여 생활하는 노인의 마음은 어떨까? 건강을 회복하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며 살아갈까?
죽음의 길목까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선택이라고 포기하는 마음일까? 치매 노인에겐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인생일까? 인생 자체가 나그네 길이니,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갈까? 요양시설은 익숙한 자신의 가족과 생활 터전, 정든 물건들, 사람과 물, 음식, 잠자리 등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놓지 못하는 것이 가족(자녀)이다. 자녀에게 버림받았다고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요양원에 갓 들어온 노인이 익숙한 자신의 집과 가족을 떠나 요양원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저자는 말한다.
요양원 입구 옆에는 편백나무가 있다. 편백나무를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편백나무는 늘 제자리에서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시간을 거스르거나 거부하지 않고 계절이 주는 대로 옷을 입는다. 세월 그대로 순응한다. 나이들어가는 즐거움이다. 신체가 고장이 나거나 기억이 안개속에 빠진다 하더라도 인생의 계절에 순응하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요양원 스케치북'은 인생의 말년을 평온한 뒤안길로 안내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재 노인장기요양인정대상자는 100만 명이 넘었으며, 요양시설은 6,150곳이 넘는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어르신은 21만 명 이상이며,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9만 명이 넘는다.
계절을 거스를 수 없듯이 고령화의 늪 속에서 생존의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언제까지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이책이 던지는 화두다. 따라서 저자는 책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오늘을 선물해주는 책이라고 강조한다.
한광현 저자(남/48세/충남 천안 거주)는 요양시설에서 23년간 근무하며 섬김의 헌신을 실천하며 노인복지권익향상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복지 현장의 전문가로 저서로는 수필집 요양원 풍경 1,2가 있다. 책의 수익금은 어르신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