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대용량 수소를 폭발 위험 없이 안전하게 저장하면서도 높은 효율로 저장·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박지훈 박사 연구팀이 서울대, 고려대 연구팀과 가장 안전한 수소 저장 기술로 알려진 ‘액상유기물 수소운반체(LOHC)’ 기술의 획기적 성능과 확장성까지 확보한 혁신적인 수소 저장 소재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계산화학을 통해 LOHC의 화학구조에서 부수적으로 여겼던 작은 분자들이 수소 저장·추출 공정의 성능과 효율 향상의 핵심임을 밝혀내, 향후 혁신적 수소에너지 저장 소재 개발에 지속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는 온실기체의 배출이 없는 청정한 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고 위험한 물질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양의 수소를 안전하게 운반하는지가 수소에너지 경제 전환의 핵심이자 큰 숙제다.
이러한 고민의 해답이 바로 LOHC 기술이다. LOHC 기술은 상온·상압에서도 적은 용량의 액체에 대량의 수소를 담아 운반 안정성과 효율이 높다. 수소가 충전된 액상 유기물을 기존 활용 유조차로 운반하면 되므로, 수소 도시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 비용도 경제적이다.
LOHC 기술의 핵심은 무엇보다 수소를 저장하는 액상 유기화합물 소재 개발이다. 유기화합물 소재의 특성에 따라 수소 저장 용량, 수소 저장·추출 성능, 반복사용 안정성 등이 모두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LOHC 연구는 기본적으로 탄소 육각 고리 구조인 ‘벤젠’을 기반으로 해 수소 저장·추출에 유리하지만, 물질 다양성이 낮아 성능을 높이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알려진 LOHC 소재에서 수소 저장·추출에 기여하지 못하던 메틸 분자(CH3)를 제어하고 활용하면 화학반응을 더욱 유리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기존 대비 뛰어난 성능의 새로운 LOHC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2018년 개발한 LOHC 소재는 질소(N)를 활용해 성능을 높였다. 그런데 실험적 결과와 이론적 계산을 바탕으로 질소 이외에 당시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여겼던 메틸 분자가 LOHC 소재의 성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새로운 합성법을 적용해 이뤄낸 성과다. 기존 혼합물 형태의 LOHC 소재와 달리, 연구팀은 순수한 조성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합성법을 활용해 메틸 분자의 위치를 특정한 위치로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수소 저장 및 방출 속도가 각각 206% 및 49.4% 증가한 새로운 LOHC 소재를 개발했고, 소재가 촉매 물질과 상호작용해 수소가 추출되는 세부 작용에 대한 상세한 원리를 밝혔다.
연구팀은 개발된 LOHC 소재를 활용해 수소 모빌리티에 직접 안전한 수소를 공급하거나, 수전해 수소의 직접 저장이 가능한 소재 등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한 맞춤형 LOHC 기술도 후속 연구 중이다.
이영국 원장은 “이번 성과는 LOHC 기술의 핵심인 저장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개발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이를 계기로 수소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탄탄한 기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