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처 제한 규정 풀어달라’ 목소리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정부가 소비 회복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발행한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이 농어촌 지역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농어촌 지역 소비쿠폰 사용 불편 해소를 위해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소비쿠폰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대형마트·백화점 등이 아닌,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다. 도시 지역에서는 다양한 소규모 상점들이 존재해 소비쿠폰 사용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7월 말 기준 소비쿠폰 사용률은 50%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 농어촌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규모 상점 자체가 드물고, 주민들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농협 하나로마트나 인근 도시의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한다. 문제는 대부분 농협 하나로마트가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여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농어촌 주민들은 소비쿠폰을 들고도 정작 필요한 물건을 살 곳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동네에서 쓸 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제한적 조치다. 일부 면소재지에 ‘하나로마트’ 내 사용을 허용했지만, 소비쿠폰을 쓸 수 있는 조건을 ‘인근에 다른 마트가 없는 지역’으로 한정해 실효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소비쿠폰 정책 설계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도시와 농어촌의 소비 환경은 극명하게 다르다. 모든 지역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소외 계층을 낳을 수밖에 없다.
소비쿠폰 효과를 극대화하고 소상공인과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어촌의 현실을 반영해 보다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사용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농어촌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쿠폰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기회와 활력을 불어넣는 진정한 ‘민생회복’ 지원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뎍현 농협중앙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