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충남대학교는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 연구팀이 2002년부터 2023년까지 한반도에 상륙한 열대성 저기압(태풍)에 의한 단기 사망 영향과 초과 사망자 수를 정량적으로 산출한 연구를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충남대와 미국 UCSD, 아주대가 공동으로 수행한 국제 공동연구로 환경·보건 분야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에 온라인 게재됐으며, 11월 정식 출판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2002~2023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21건의 태풍 가운데 영향 지역과 비영향 지역을 행정구 단위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9건을 선정했다. 이후 기상청이 제공하는 태풍 경로 및 강풍 반경 자료를 통계청 사망자료와 결합하고, 일반화합성대조군 분석 및 메타분석을 통해 태풍 영향 후 2주간의 일일 사망자 수 변화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태풍 영향 지역에서는 노출 후 2주 동안 전체 사망(모든 원인)이 하루 평균 0.084명, 비사고성 사망이 0.075명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를 태풍별로 환산하면 태풍 노출 후 2주 동안 평균 약 15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예를 들어 2019년 태풍 ‘미탁’에서는 약 194명, 2007년 태풍 ‘나리’에서는 약 71명의 사망자가 태풍 노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과거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준 태풍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초과 사망 규모는 이번 추정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 분석 결과, 65세 이상 고령층, 중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 태풍 경로 인근 지역 거주자에서 초과 사망 위험이 뚜렷하게 높았다. 반면 20~64세 성인과 고학력군에서는 유의한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고령층과 저학력층이 기상재해 상황에서 대피와 회복에 필요한 자원·정보 접근성이 낮고, 기저질환 보유율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는 정부가 집계하는 태풍 관련 사망 피해가 주로 익사, 낙석, 감전, 외상 등 ‘사고성 사망’에 국한된 것과 달리, 심혈관·호흡기질환 등 ‘비사고성 사망’까지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실제 피해 규모가 공식 통계보다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창우 교수는 “태풍 노출로 인한 단기 사망 증가는 단순 외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며 “기후변화로 향후 태풍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교육, 대피, 의료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아시아 지역에서 장기간(2002~2023년) 다수의 태풍을 대상으로 고해상도 행정구 단위 사망자료와 기상자료를 결합해 초과 사망을 정량화한 드문 사례다.
연구팀은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이용 청구자료를 활용해 태풍으로 인한 초과 의료이용 및 의료비를 산출, 국가 기후재난 대응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