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최근 국내외 생산 현장은 '노동자 고령화'로 인한 숙련공 부족 문제와 '생산 자동화' 확대라는 큰 흐름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작업자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다변화된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공정'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생산 현장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기술교육대학교(KOREATECH·총장 유길상) 컴퓨터공학부 김원태 교수 연구팀이 현대자동차와 뜻을 모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현대자동차 자동화설계팀(최정호 팀장)과 수차례 밀착 미팅을 통해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기술 상세화와 시스템 요구사항을 도출하며 공동 연구개발의 결실을 맺었다.
연구팀은 작업자의 '음성 명령'과 로봇의 '시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해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자 협동형 Physical AI 로봇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최근 개최된 현대자동차 E-FOREST 테크데이 2025에서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이 기술은 현장의 핵심 요구사항인 '공정 유연성'과 '작업자 편의성'을 피지컬 AI 기술로 동시에 만족시킨 국내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시연은 매우 직관적으로 진행됐다. 현장 작업자가 로봇을 향해 "아반떼 경첩(힌지)를 집어서 박스 안으로 넣어줘"라고 말하자,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서가 작업 환경과 부품들을 스캔했다.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AI(대규모 멀티모달 모델, LMM)는 작업자의 음성 정보와 로봇의 이미지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 작업자의 의도를 인지하고 현재 작업이 가능한지를 내부적으로 판단한다.
AI는 작업자에게 음성으로 "요청하신 작업을 수행합니다"라고 피드백을 제공하며, 스스로 부품을 집기 위한 최적의 위치와 자세를 추정 후 '로봇 팔 이동', ‘파지’ 등 필요한 기능들을 순차적으로 수행해 작업자가 요청한 임무를 완수했다.
시연을 지켜본 현대차 현장 작업자는 "복잡한 기계 조작법을 새로 배우는 대신 동료에게 말하듯 편하게 로봇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다"라며 "단순 작업을 로봇이 대신 해주면 작업자는 근골격계 부담 없이 품질 검수나 공정 관리 같은 고도화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작업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 역시 "이번 성과는 현대자동차가 추진 중인 지능형 스마트 제조(소프트웨어 정의 공장, SDF) 로드맵의 핵심 가치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단순 자동화를 넘어, 작업자와 로봇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인간 중심의 지능형 공장'을 구현하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기술교육대 김원태 교수는 "이번 성과는 피지컬 AI가 실제 복잡한 공정에 적용될 수 있는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진보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최정호 팀장도 "현대자동차가 SDF를 위한 피지컬 AI 패권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핵심 파트너인 한국기술교육대와의 협력 연구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김 교수 연구팀의 피지컬 AI 로봇 기술을 향후 파일럿 라인에 우선 적용하고, 안정화 단계를 거쳐 실제 생산 공정에 확대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