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김남국 대통령실 비서관이 논란 이틀 만에 전격 사퇴했다. 계기는 단 한 장의 문자였다. ‘현지 누나’, ‘훈식 형’이라는 사적 호칭이 적힌 인사 청탁 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되며 국민적 공분이 촉발됐다. 국민의 눈앞에서 확인된 장면은 공직 인사가 시스템이 아닌 친분과 네트워크에 의해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청와대 시절부터 쌓여온 “권력의 사적화” 우려를 다시 꺼내 올렸다. 결국 비서관이 책임을 지는 모양새로 정리되었지만, 국민이 기대한 것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근본적 구조의 진단과 개혁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문자 스캔들’이 아니다. 인사가 투명한 절차보다 사적 신뢰와 친교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핵심이다. 대통령실이라는 국가 최고 권력의 관문이 ‘누나·형’이라는 호칭 한마디로 문턱이 무너지는 듯 보였다면, 그것은 인사권의 권위가 훼손된 사건이다. 능력과 전문성, 공적 절차를 기반으로 해야 할 자리가 사적 추천과 정치적 코드로 채워진다면 이는 공공성과 신뢰의 파괴로 이어진다. 정부는 “사퇴로 책임을졌다”고 할 수 있으나, 국민이 묻는 질문은 “그렇다면 관련 시스템은 어떻게 달라졌는가”이다.
역사는 지금보다 더 엄격했다. 고려·조선 시대에는 **상피제(相避制)**를 두어 친족·지연·혼맥이 얽힌 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개인의 권력 남용이 국가적 혼란을 불렀던 경험이 수없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수백 년 전 조상들이 겪은 실패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국정 운영의 풍경은 어떤가. 인사 검증 체계는 존재하지만, 사적 관계가 한 순간에 제도를 압도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국민이 분노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과거보다 후퇴한 공직 윤리, 절차보다 친분이 우선되는 인사 문화에 대한 실망이다.
이번 사퇴가 진정한 쇄신의 출발이라면,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첫째, 비서관 1인의 사퇴로 끝나서는 안 된다. 추천 라인, 승인 흐름, 내부 보고 체계를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인사 검증 시스템을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추천 경로 기록, 이해충돌 감시, 민간 추천 사전심사 등 구체적 개선안이 필요하다.
셋째,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적 카르텔과 단절하겠다’는 선언과 실천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김남국 비서관의 사퇴는 하나의 매듭일 수 있지만, 이것이 문제의 종결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더 이상 ‘유야무야’를 용납하지 않는다. 상식적이고 투명한 국가 행정은 국민의 권리이며, 권력의 책무다. 제도의 허점을 방치하면 역사는 반복된다. 오늘의 경고를 놓치면 내일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제도 개혁과 실행이다. 진정한 책임은 사퇴가 아니라 재발을 막는 것이다. 이번 사퇴가 한국 정치가 성숙해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