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인류는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 가지만 늘 외부에 노출된 위험 속에 존재한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는 질병으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40대를 전후해서 사망하거나 역사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에 의한 피해(호환)나 천연두, 괴질도 하나의 위험요인이었다. 문명이 극도로 발달해 가고 있는 현재에도 주변에 위험요인은 늘 존재한다. 다만, 여전히 질병은 사람의 수명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기는 하지만 의술의 발달로 생명은 평균수명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고, 자동차나 교통수단의 발명이 인간활동의 영역을 확장하였으며, 여름에도 얼음을 상시로 활용할 수 있고 겨울에도 수박을 먹는 생활의 편리함이 인류의 행복과 복리를 배가 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류는 상시화된 일상의 불안과 긴장속에 종교와 절대자에 의존하려고 하고 주변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다양한 방어기제를 발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는 전통적인 명당의 관념이 우리생활의 일부로서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명리학자 조용헌은 명당을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 땅’이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이 명당을 찾는 이유는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연과 환경의 기운을 받기 위함이다. 흔히 조상들이 죽음을 맞이하면 좋은 묘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유능한 지관을 찾아 나섰고 명당에 조상이 묻히면 당대에 혹은 후대에 후손들이 복을 받아 출세를 하거나 집안이 불같이 일어나 복을 누린다고 믿었다. 묘자리가 죽은 사람의 공간이라면 산 사람들에게 있어 명당은 집터를 잡을 때나 이사를 할 때 공부하는 방이나 안방 등의 배치 그리고 대문을 어느 방향으로 낼지를 고민하는 영역이 바로 명당과 관련된 일이다.
요즘에는 명당의 현대적 의미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중심에 선거 명당이 있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은 본인의 존재감이나 정체성을 홍보하기 위하여 유권자들이 잘 보이는 곳에 현수막을 걸거나 선거 사무소를 주요 길목에 입지하려고 위치 좋은 건물을 물색하게 된다.
정치인이 선거 명당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좋은 건물주를 만나면 임차료는 적으면서도 편리성을 가져 올 수 있지만 반대의 건물주를 만나면 현수막을 거는 장소부터 비용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갈등을 유발해 선거과정의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그럴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사람을 잘 만나는 일이다. 예컨대 도로에서 접촉사고를 당했는데 상대방이 “별거 아니다. 괜찮다”면서, “다음날에 이상 있으면 연락드리겠다”며 현장을 떠나는 사람. 혹은 아파트 임대인이 특별한 요구조건 없이 임차인의 불편함을 잘 들어 주거나 임차비용을 할인해 주는 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세상이 각박해지다보니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서 그런지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건물주'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예전의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대통령이나, 교수, 학자, 사령관이라고 내세웠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임차인들에게 군림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잘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되어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6.3 지방선거에서 출마한 모 후보가 선거사무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건물주와 마찰을 빚어 곤혹이 치른 일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당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선거사무소 장소를 사람들이 천안시에 진입하는 요지 건물을 임차해 사용을 하였는데 최초 계약자(대리인)가 계약서에 꼼꼼한 확인없이 계약을 하고 나중에 후보자가 홍보 현수막을 내걸때마다 돈을 요구하는 건물주로부터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 일이 벌어졌다. 계약 자체만으로는 건물을 임차한 사람이 내용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과실이 맞지만 그렇다고 한치의 공간이라도 본인이 허락하는 장소이외에는 현수막을 걸수 없다는 건물주를 피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나무라기도 하였다.
아무리 내가 소유한 건물이라고 할지라도 상황에 맞게 고집을 부려야 하고 설사 계약서상에 합의된 내용이라도 임차하여 들어 온 사람이 선거를 잘 치루어 당선이 된다면 건물주에게도 명당의 가교역할을 다한 것이고, 좋은 평판이 알려지면 장기적으로도 건물주에게 득이 되는 적선의 행위가 아닐는지. 명당은 따로 있는게 아니고 무한한 우주속에 한줌의 티끌도 못되는 사람의 마음속에 끔 틀대는 양심의 공간이 아닐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