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차원적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는 시대에 발맞춰, 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대학 구성원의 정서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통합 플랫폼이 구축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교내에 분산돼 있던 심리상담, 정신건강 진료, 위기지원 기능을 하나로 묶고 디지털 정신건강 연구를 연계하는 ‘KAIST 마인드 케어&성장센터’를 공식 출범했다.
기존 대학 상담센터를 대폭 확대·개편한 마인드 케어&성장센터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각기 다른 지원 창구를 스스로 찾아다녀야 했던 구조를 과감히 깨뜨렸다.
센터는 단순한 융합 연구센터에 머무르지 않고, 청년들의 마음을 실질적이고 일관되게 돕는 원스톱 통합 서비스 공간을 지향한다.
특히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다루는 만큼 철저히 안전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프로토콜만을 적용해 신뢰성을 높였으며 현장에서 발견한 실제 고민과 필요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얻어 다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현장 맞춤형 선순환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센터는 KAIST가 가진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현장 서비스와 결합하는 다학제 융합 연구의 구심점 역할도 수행한다. 인간의 마음은 어느 한 가지 학문으로만 온전히 치유할 수 없다는 철학 아래 AI, 뇌과학, 수리과학, 컴퓨터공학부터 디자인, 인문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학문의 경계를 총동원한다.
수리과학으로 마음의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고, AI와 전산학으로 검증된 맞춤형 가상 솔루션을 구축하며, 디자인을 통해 청년들이 거부감 없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인터페이스를 도출하는 방식의 실질적 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출범을 기념해 열린 ‘인간행동과 정신건강’ 국제 심포지엄은 청년 학생과 교수진은 물론 국내외 전문가 100여 명이 대거 참석하며 사전 참가 신청이 조기 마감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행사는 디지털 기술과 정신의학이 만나는 미래형 멘탈케어 분야의 세계적 표준을 확인하고 글로벌 협력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됐다.
특히 기조강연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디지털 뇌건강 연구센터 ‘뉴로스케이프’의 설립자이자,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제 ‘엔데버Rx’의 개발자 애덤 가잘리 교수가 나서 큰 호응을 얻었다.
가잘리 교수는 가상현실 인지훈련과 멀티모달 센싱 등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고 마음을 치유하는 안전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적극적인 멘탈케어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KAIST 교수진이 라이트닝 토크를 통해 미래 연구 방향을 발표하고 뉴로스케이프와의 글로벌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와 함께 센터는 AI 시대에 부합하는 안전한 기술 활용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실증 연구 성과도 선보였다.
연구팀은 미래 예측 관점의 신호탐지 개념을 적용해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초기 변화를 입체적으로 포착해 냈다. 분석 결과 생성형 AI가 환자의 감정 정리와 자가관리, 초기 정보 제공 등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자살 위기나 정신증을 겪는 취약한 환자의 경우 기술에 과의존하거나 왜곡된 신념이 강화되는 등 고위험 상황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생성형 AI를 ‘임상적으로 양가적인 기술’로 규정하고, 인간 치료자를 대체하기보다 전문가의 감독과 거버넌스 아래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KAIST는 이번 센터 출범을 통해 치열한 학업과 연구 환경 속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돌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정서적 안식처를 제공할 계획이다.
나아가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매뉴얼화하여 대한민국 대학 사회 전반에 적용 가능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표준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광형 총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차원적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는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AI로 인한 인간 정신문화의 붕괴와 청년들의 고립”이라며 “우리의 사상이 도구를 지배해야지, 도구가 사상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이 편리해질수록 스스로 사고하고 타인과 진짜 관계를 맺는 공동체 역량은 약해지기 마련이기에, 청년들이 단단한 정서적 안정을 바탕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협력하는 성숙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시대 대학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