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성희제 기자] 자극적 ‘재미’의 홍수 시대다. 휴대전화, TV 등 일상의 무료함을 달랠 놀거리가 넘쳐난다. 손안에 ‘삼라만상’이 담긴 듯한 휴대전화를 보면 무료할 틈이 없다. TV 역시 리모컨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시시각각 새로운 놀거리를 선사한다.
일상이 자극적 ‘재미’에 점령당하며, 여운이 남는 ‘즐거움’은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는 듯하다. 사라져가는 대표적인 ‘즐거움’은 활자가 주는 여운과 교훈이다.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또한 ‘행간’에 투영된 즐거움을 찾는 ‘재미’가, 역사의 뒤안길에 자리를 잡은 것 아닌가 싶다.
글 속 ‘재미’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니, 쓰는 사람의 감소 역시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하다. 활자가 주는 ‘유희’가 차지했던 공간을 ‘신문물(?)’이 앗아가며 나타난,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볼 수도 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 ‘빼앗김의 순간’에서도 활자가 주는 ‘유희’의 치명적 매력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활자 외면이 빚어낸 출판의 위기 속에서 ‘글의 역할’을 지키고자 하는, ‘장인’ 같은 고집쟁이들이 그들이다. 대전에서 오랜 기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작가로 ‘투 잡(?)’을 하는 김도운 작가는 대표적 사례다.
생의 반평생 이상을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 비판과 대안 제시에 천착하던 김 작가가 최근에도 새로운 책을 펴냈다. 소설집 ‘공방살’. 2010년 소설가로 등당한 뒤, 2019년에 내놓은 첫 소설집 ‘씨간장’과 2023년에 발간한 ‘조뚜’에 이은 세 번째 작품집이다.
이번에 그가 출간한 ‘공방살’에는 표제 작품인 ▲공방살을 비롯해 ▲여옥이 ▲교학상장 ▲단풍잎 수첩 ▲딸 ▲선화동 달그림자 ▲후회 ▲곰나루 여우비 ▲만덕산 차향 ▲봄뜰 등 10편을 담았다.
대부분 대전을 비롯한 충청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가 직접 또는 간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민은 읽으면서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책을 출간하지만, 흥행과 판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누군가 써야 하는데 쓰려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가 그 몫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자기마저 손을 놓으면 문학이 더 빨리 사라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그를 글 쓰게 하는 동기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려도 잠시 무료할 틈이 없지요. 편하게 영상을 시청해도 재미가 넘쳐나지요. 그러니 누가 소설을 읽을까 싶어요. 또 그렇게 읽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쓰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누군가 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군가의 한 명이 나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오늘의 문학사 △ 292쪽 △1만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