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솜방망이 행정조사와 형사처벌 부재가 원인… 소송 장기화도 심각
- 중기부·지재처 “과징금 강화 및 연내 입법 추진” 답변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중소기업기술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이 시행된 지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에서는 구제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피해 기업 10곳 중 1곳 정도만 정부에 신고하는 실정이며, 그 원인으로 행정조사의 한계와 형사처벌 공백이 꼽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은 12일(수) 열린 정책 현안질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한 실질적 처벌 공백과 소송 장기화의 폐해를 집중 조명하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질의에서 김종민 의원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2월 법 시행 이후 연평균 기술탈취 신고 건수는 전체 16.8건, 중소기업 기준 7.2건에 불과했다. 반면 민사소송은 전체 209건, 중소기업 기준 177건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을 기준으로 볼 때 신고 건수보다 민사소송 건수가 무려 25배(전체 기준 12배)나 많은 수치다. 기술침해를 당한 기업 대다수가 정부의 행정 구제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법원 소송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의원은 “중소기업 기술침해에 대한 1차적 예방·보호·구제 기관은 중소벤처기업부”라며 “피해기업 10곳 중 1곳 정도만 신고하는 상황이라면, 신고를 가로막는 구조적 원인부터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행정조사의 한계’와 ‘형사처벌 공백’을 꼽았다. 강제력이 부족한 행정조사만으로는 기업 간 복잡한 기술탈취 입증에 한계가 있고, 침해 행위에 대한 실질적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가해 기업이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피해 기업이 먼저 파산하는 ‘장기소송의 악순환’도 문제로 제기됐다. 김 의원은 실제 사례로 대법원에 3년 4개월째 계류 중인 ‘인산가’ 사건을 언급하며, “소송이 장기화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 국정과제인 지식재산 강국 실현을 위해 추진 중인 ‘K-디스커버리 3법(상생협력법·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의 지연 상황도 지적했다.
현재 증거제출 명령 제도를 강화하는 상생협력법만 국회를 통과했을 뿐, 나머지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계류 중이어서 “반쪽짜리 입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의 질의에 대해 관계 부처는 실질적인 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은 “행정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피해 기업이 긴 소송으로 가기 전에 실질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조정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송 장기화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식재산처(구 특허청)장 역시 “K-디스커버리 관련 입법이 완성될 수 있도록 특허법 개정안 등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질의를 마무리하며 김종민 의원은 “기술탈취는 단순한 권리 침해를 넘어 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범죄”라며 “처벌 공백을 해소하고 장기소송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도록 대표발의한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