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雅의 뜰 안] AI 시대 변모하는 추석 명절 적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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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숙 기자
  • 승인 2026.09.17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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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풍성함에 대하여.....핵가족, 일인가족 시대의 추석 명절의 의미는?
지난해 추석 만월 모습
지난해 추석 만월 모습

[충청뉴스 김남숙 기자] 추석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

오곡백과가 넘쳐나는 계절의 추석 명절.

보름달의 만월처럼 풍성한 한가위의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유교를 숭상했던 조선 시대로부터 이어진 제사 풍습이나 장례문화가 현시대에 간소화되고 있다. 연중 여러 번의 제사를 길일을 택해 한 번에 제사를 모시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산소에서 간단히 성묘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장례식도 간단히 치르는 추세이다. 경사는 몰라도 애사는 챙겨야 한다며 ‘상부상조’ 품앗이로 부조하던 것이 미덕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삼일장도 길다며 하루장을 치르고 무빈소 장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지극히 개인주의가 되어가고 있다. 옆집 사는 사람들과 인사도 안 하고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궁금해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코로나 이후부터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직장에서도 회식문화가 사라지거나 축소된 지 오래다. 퇴근 후 운동이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대에 친지들과 모여 떠들썩한 명절을 보내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지금 시기가 과도기인 것 같다.

우리 시대는 당연한 행사이고 꼭 참석해야 할 명절이나 제사, 결혼식, 장례식이 이제는 선택이 되고 개인의 삶이 우선이 되고 있다.

지난 추석명절 시댁 차례상 모습
지난 추석명절 시댁 차례상 모습

결혼한 지 31년 차인 나는 종갓집은 아니지만 큰 집 외며느리로 종부나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

친정 고모부님의 중매로 만난 남편은 5남매 중 큰아들인 시아버님의 외아들로 일 년에 네 번의 제사와 두 번의 명절을 지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큰형인 시아버님의 세 명의 남동생에게는 7명의 아들이 있고 남편의 사촌인 도련님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결혼했으며 자녀는 8명으로 내 아들은 남편이 형제가 없는 관계로 직계 삼촌과 사촌은 없고 5촌 당숙이 7명이고 6촌 동생들이 8명이다. 시아버님 누님인 시고모님은 남매를 두셨다.

시댁 행사에 참석하는 아버님 형제 부부들과 그 자녀와 손자들을 모두 합치면 48명이고 그중 질병으로 돌아가신 분이 4명이라 모두가 모인다면 44명이다.

작년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주관하시던 명절과 제사를 지내던 시절에는 정말 전원 참석이라 음식 장만의 양이 엄청 많았다.

그때는 전과 반찬과 국을 비롯해 떡과 한과 등도 집에서 직접 만들다 보니 정말 명절과 제사는 큰며느리인 시어머님과 외며느리인 나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날들이었다.

그나마 시어머님께서 주관하시고 나는 보조로 일 만해서 부담감이 덜했으나 시어머님께서 팔순이 되시면서 남편이 열아홉에 시집온 어머니께 60년 만에 명절과 제사에서 해방시켜 드린다고 하여 제사와 명절 준비는 온전히 나의 책임이 되었다.

코로나 전에 시댁 묘소에 벌초하는 모습
코로나 전에 시댁 묘소에 벌초하는 모습

올해 추석은 혼자서 준비한 지 여덟 번째 명절이다.

이제 시댁도 한가위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다른 지역에 사시는 둘째 작은집은 돌아가신 작은어머니 제사를, 막내 작은댁도 추석 전 기일인 작은아버님 제사를 모시느라 이제 추석 명절에는 참석하지 않으시고 성묘만 다녀가신다.

벌초도 아버님 형제분들이 연로하시니 남편과 7명의 사촌 동생이 시간을 내서 풀을 베고 봉분을 다듬었으나 코로나 때 서로 모이는 것이 민폐가 된다는 이유로 사촌 계를 만들어 회비로 벌초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다.

추석이 되어도 가까이 사는 셋째 작은집 식구들과 명절 오후에 다녀가는 시누이들 식구들이 전부이다. 그나마도 이번 연휴에는 셋째네 자녀들이 해외여행과 일이 있다고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단출하다 못해 모처럼 썰렁한 명절을 맞을 것 같다.

이번 추석엔 시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시아버님과 우리 부부와 자녀 둘까지 다섯 명이 지내야 할 것같다.

결혼 후 강산이 세 번 바뀐 삼십 년 세월 동안 현대 시대는 초고속 시대로 이제 추석 명절도 구습처럼 되어 가고 있다.

추석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로 공항은 초만원이라는 TV 뉴스도 이제는 익숙하고 먼 타지에서 영상통화로 제사 참석한다는 말도 생경하지 않은 세상이다.

자식들도 결혼해 타지에 살고 제사는 당일 모시는 관계로 맞벌이로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기에 평일 참석도 어렵다.

시어머니께서 추석에 떡고물을 곱게 치던 체와 전을 부쳐 담던 채반들
시어머니께서 추석에 떡고물을 곱게 치던 체와 전을 부쳐 담던 채반들

이제 명절도 제사도 우리 시대에 남아있는 마지막 풍습이 될 것 같다.

자식들에게 참석을 강요하기도 어려운 시대이다. 예전처럼 농경 생활을 하며 친지들이 이웃에 살던 집성촌이 아니고 모두 도시에 핵가족으로 살아가고 있고 지금은 일인 가구가 늘고 있어서 농사지은 곡식으로 친지들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 음식을 나눠 먹던 명절이 이제는 오히려 낯설다.

건강관리를 한다고 음식도 탄수화물을 거의 소비하지 않고 먹는 양도 소식이다 보니 명절날 차린 음식들도 양이 많아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장을 보고 만드느라 비용과 시간을 드리는 것에 비해 비경제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 명절에 송편을 빚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솔잎을 뽑고 동부 팥소와 삶은 밤과 달콤한 참깨 고물을 준비해 쌀가루를 익반죽해 한 말씩 떡을 빚어 차례를 지내고 돌아가는 친지들에게 들려 보내던 솔잎 송편과 열 가지 이상 부치던 그 많던 전들을 풍성히 나누던 그때가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떡을 빚으며 지루하고 졸린다고 껌을 사다 씹던 그 날의 웃음과 나른한 이야기들도 모두 그리운 풍경이 되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이 담긴 시댁 장독대와 메주콩을 삶던 솥
된장, 고추장, 간장이 담긴 시댁 장독대와 메주콩을 삶던 솥

자식들이 결혼하면 명절도 치르지 않고 여행을 보내거나 아니면 아들은 처갓집으로 보내라고 친구들이 일러준다. 그래야 며느리들이 시댁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고......

전통에 얽매여 며느리에게 원치 않은 풍습 지키기를 강요할 수 없는 시대이고 우러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요구해서도 안 되는 현시대이다. 내 딸도 힘들고 불편하다고 말하는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며느리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 큰집 외며느리 역할이 정말 어려웠었던 것을 며느리에게 대물림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도 우리 당대에나 지켜질 풍습이고 우리가 못하면 거기서 끝내고 아들에게는 물려주지 말자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있다.

가족들이 한 번을 만나도 부담스럽지 않고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만남이 이어지길 바라며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구습에 얽매여 가족애를 잃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번 여름에 수확한 호박들
이번 여름에 수확한 호박들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AI 시대이지만 수 천 년 이어온 한가위 풍습은 민속놀이로라도 계승되길 바란다.

달맞이를 통해 자손들의 안녕을 빌고 강강수월래 놀이를 통해 단체의 화합을 도모하고 송편을 빚고 나누며 가족들과 잔잔한 소통을 나누고 성묘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보는 아름다운 풍경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추석엔 식구들과 몇 가지 맛난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나눠 먹고 민속놀이도 즐기고 작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을 뵈러 성묘를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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