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신년사
김형태 한남대 총장 신년사
  • 김거수 기자
  • 승인 2015.01.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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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총장
희망찬 2015년의 새해가 밝았다. 특히 한남 가족들에겐 ‘개교 60주년을 준비하는 해’로 큰 기쁨과 중대한 책임을 동시에 누리는 해이다. 하나님께서는 8,760시간을 우리 손에 맡겨주셨다. 마치 뒷짐 쥔 손안에 한 마리의 새를 주신 것과 같다.

자, 결정하자. 손을 꼭 쥐어 이 새를 죽일 것인가? 손을 펼쳐 이 새를 살필 것인가? 전적으로 우리 각자의 결정사항이다. 기회는 깨닫지 못하거나 사용치 않으면 헛일이다. 기회를 놓치면 후회만 남는다. 후회는 결과와 함께 오는 것, 언제 해도 아쉬운 것이다. 일찍이 朱子는 권학시(勸學詩)를 전해주었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己秋聲”(청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함부로 다루지 마라. 연못가 잔디 풀이 봄 꿈을 깨기도 전에 계단 앞의 오동나무는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 또 새해 벽두에는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도 읽어보자.

 “얼음장 밑에서도 / 고기는 헤엄을 치고 / 눈보라 속에서도 /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 절망 속에서도 /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 보리는 뿌리를 뻗고 / 마늘은 빙점에서도 /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 고통은 행복의 스승 /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 긴 고행길 멈추지 마라 // 인생항로 / 파도는 높고 /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 한고비 지나면 /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오리라”


다함께 한남대학교의 2015년을 설계하면서 몇 가지 공동지표와 함께 추구할 교육과제를 생각해본다.

첫째, 한남 비전을 재확인해야 한다. 59년 전 미국의 선교사들이 물도 설고 산도 설은 이 땅에 상륙했다. 6.25 한국전쟁을 치른 지 3년, 모든 국토는 폐허가 되고 골목마다 고아와 과부가 오갔고, 국민들은 먹을 음식과 입을 옷 그리고 잠잘 집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때다. 이런 국민에게 신앙으로 소망을 되찾게 하면서 교육을 통해 국가․사회․교회에 봉사할 지도자를 길러낸 것이다. 캠퍼스 복음화와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초한 지도자(사명자)의 양성을 실천했던 것이다. 그 정신을 놓치면 한남대학은 ‘팥소 빠진 찐빵’과 ‘무정란’이 되는 것이다. 이 창학 정신을 굳건히 붙들고 타협하거나 변질되지 않게 지켜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전교생의 복음화가 한남대학의 존재이유다.

나는 1969년 당시 교목실장이었던 문창권 목사께서 “疊疊山中 有進路”(산이 겹겹이 쌓여 있어도 다가가면 넘어갈 길이 있다)란 명구를 졸업앨범 속에 적어주셨는데 지금까지 내 삶에 도움이 되었다. 그것을 본받아 나도 매년 졸업앨범에 “高樹靡陰 獨木不林”(위로만 크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이란 後漢書 의 명구를 적어 주었다. 그러나 금년엔 이를 바꾸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어도 좋다. 그러나 모든 한남인 가슴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란 ①마 11:28-30 ②마 22:37-40 ③마 28:18-20의 3대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이다.”라고 써넣었다. 총장으로서 이 내용을 한남 Vision으로 재확인하고 싶다. 성경 두 곳에 ‘In spite of’(~임에도 불구하고)란 말이 나온다.(단 3:18, 합 3:17-18) ‘because of’(~ 때문에)의 반대성품이다. 환경과 조건에 대한 수동적 반응이 아니라, 그것을 능동적으로 관리, 변경시키는 주도적 운전자가 되라는 것이다. 기온에 따라 변하는 온도계가 아니라, 기온을 바꾸는 에어컨이 되라는 것이다.

둘째, 2015년에 실시되는 대학구조개혁평가(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어야 할 Mission이 주어졌다. 1단계 평가지표는 12개 지표 60점 만점으로 이루어진다. (A)정량지표로 전임교원확보율(8) 학생 충원율(8) 교사(校舍) 확보율(5) 교육비 확보율(5) 장학금 지원(5) 졸업생 취업률(5)을 평가하고, (B)정성지표로 학생학습역량지원(5) 진로 및 심리상담지원(3) 취업과 창업지원(2) 교육 수요자 만족도 관리(2)를 평가하며, (C)정량+정성지표로 수업관리(8) 학생평가(4)를 평가한다.

2015년 4월에 1단계 교육부에서 서면․현장평가를 실시하도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6월에 이의신청을 포함한 2차 평가 후, 8월에 결과가 발표된다. 시간이 별로 없기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수․직원․조교․학생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 전국적 대학평가에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기대한 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2016년의 개교 60주년 잔치가 축하와 감사로 장식될 것이다.

셋째, 한남교육의 질적 향상과 대학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모든 재학생들이 심기일전하여 뼈를 깎는 면학 정진에 나서야 할 것이다. 권투시합에서 두 선수의 조건은 동일하다. 똑같이 두 다리로 뛰고, 두 주먹으로 싸운다. 그래서 해볼 만한 것이다. 마라톤 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자기가 하기 나름이다. 누가 뒷다리를 잡는 것도 아니고, 누가 등을 떠밀어주지도 않는다. 각자가 하기 나름이다. 예수님의 은혜 안에서 불가능은 없다(빌 4:13)는 오뚝이 정신으로 무한도전을 해야 한다. 산 정상은 등산가가 포기하지 않는 한 정복할 수 있다. 산이 사람을 못 올라오게 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졸업생의 취업은 누가 시켜서 할 일이 아니다. 전적으로 본인의 의무인 것이다. 한남인이기에 할 수 있다. 또 해야 한다. 그러니 함께 해보자. 다음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우리도 한 번 해보자.

①20년 넘게 글을 쓰면서도 평론가들로부터 ‘너저분한 잡동사니 같은 글만 쓴다.’는 비판을 받았던 작가의 이름이 도스토옙스키다.

②한 잡지 편집장으로부터 “이런 글 실력으로는 절대로 작가가 될 수 없다.”라는 핀잔을 받았던 한 무명작가가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③언어장애를 가진 장 크레티앙은 정치인의 꿈을 이루고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국회의원을 거쳐 캐나다 총리까지 되었다.

④빈민가에서 남들이 먹다 버린 빵을 주워 먹던 한 청년은 디즈니랜드를 설립했다.

⑤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던 한 술집 웨이터가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스로 변했다.

⑥소아마비로 인해 보호 장비가 없이는 걷지도 못하던 가린샤는 17세에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었고, 총 3회의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했다.

⑦NBA 시절 9,000번의 슛을 실패하고 3,000회의 농구경기에서 졌지만, 마침내 세계의 찬사를 받는 마이클 조던이 되었다.

⑧수십 곳의 의상실로부터 “당신은 절대로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던 한 청년의 이름이 크리스찬 디오르다.

⑨신춘문예에서 탈락하고 출판사에 직접 투고한 원고까지 거절당한 청년이 한국대표 소설가 이문열씨다.

⑩13세에 시력을 잃고 18세에 중학교 1학년 공부부터 다시 시작한 강영우 박사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교수와 백악관 정책 차관보가 되었다.

 ⑪19세가 되어서야 초등학교 공부를 시작한 고아 신호범은 하와이 대학교, 쇼어라인 대학교, 매릴랜드 대학교 교수를 거쳐 한인 최초로 워싱턴 주 상원의원이 되었다.

⑫대구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던 이병철 회장은 삼성 그룹의 창업자가 됐고, 쌀가게의 배달꾼 정주영은 현대 그룹 창업자로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었다.

넷째, 대한민국의 초․중․고․대학 교육의 전반적 틀을 개선, 개량하는 해로 삼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지능 면에서 세계 2위(평균 106)요, 고교생까지의 수학․물리․화학․생물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항상 상위 입상국이다. 삼성, 현대, LG, 대우 등 IT와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이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에서는 부끄러운 성적이다. 2013년까지의 통계로 미국(350개), 영국(120개), 독일(103개), 프랑스(66개), 스웨덴(30개), 러시아(27개), 스위스(26개)…이탈리아와 일본(20개)으로 돼 있는데, 한국은 가나, 미얀마 등 28개국과 함께 종합성적 45위에 머물러있다. 단기승부교육에서 최소 30년을 준비하는 장기대비 교육으로 바꾸어 노벨상 수상에서도 10위권 안으로 올라서기를 기대한다.

다섯째, 모든 개인 간 인간관계와 정부-국민 사이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배신하지 않는 사회풍토를 만들어가자. 보증이나 녹음이 없어도 우리의 말과 글이 보증수표로 통해야 한다. 돈과 명예와 이성 관계의 올무에 잡히지 않도록 정직하게 살자.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비밀도 없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벽에도 귀가 있고, 천장에도 눈이 있으니 하나님의 현존 앞에(Coram Deo) 올바르게 살자. 속지도 말고 속이지도 말자. GCC운동을 통해 ‘Honesty in the best policy’를 2015년도 한남대학교의 도덕 재무장운동으로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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