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불신 팽배, 오히려 부적합 판정받은 약수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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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포유 | ||
대전시 중구 태평동에 거주하는 송모씨(30·회사원)는 잠자리에 들기 전 물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집에 식수가 없는 날이 많아 갈증을 느끼며 잠을 잔다.
집에 설치해 놓은 정수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송씨 가족들은 인근 약수터에서 물을 길러다 먹고 있지만 송씨는 약숫물을 믿을 수 없어 식수대신 음료수를 마신다. 집에서는 수돗물로 보리차를 끓여주겠다고 했지만 수돗물은 약수보다 더욱 믿을 수 없다는 게 송씨의 생각.
“수돗물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보세요. 소독약 냄새가 심하다는 건 그만큼 오염됐다는 것 아니겠어요? 약수도 마찬가지죠. 병균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어떻게 먹겠어요. 물을 사먹거나 아니면 참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하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까요? 미래가 정말 걱정되요.”
송씨는 텔레비전에서 본 공익광고처럼 사람들은 조만간 식수난을 겪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부적합 판정, 그래도 수돗물은 ‘싫어’
대청호는 우리 지역의 유일한 식수원이다. 전북 장수부터 진안 금산 영동 옥천을 거쳐 모인 물은 충남 충북 전북지역까지 걸쳐져 있다. 그러나 최근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등 긴장모드가 조성되고 있으며, 상류지역이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으면서 오염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여름철 홍수가 나면 쓰레기까지 대량 떠 내려와 비상이다. 쓰레기뿐 아니라 상수원 인근지역의 비료와 농약 또한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
녹조현상으로 인해 상수원이 오염되면, 이는 곧바로 생활용수를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전시 전체의 수질은 비슷하겠지만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녹색연합 대안사회팀 유병연 부장은 “대전시의 상수도 관로가 부식되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둔산 유성 등 신도심 지역은 문제가 없겠지만 원도심 지역은 배관이 낡아 수질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돗물에 대해 불신하는 시민들은 때문에 정수기기를 사용하거나 인근 약수터를 이용하게 된다.
수통골(유성구 계산동)의 경우 ‘부적합’ 판정 상태임에도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었으며, 갈마 약수터(서구 갈마동) 역시 부적합 판정인 상태로 시민들에게 공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같이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구 도마동에서 물을 뜨러 온 심재철(29)씨는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정수기를 사용하더라. 평소에는 이용하다가 감사만 나오면 정수기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관련기관에서도 정수를 사용하는데, 시민들이 어떻게 수돗물을 신뢰하고 마실 수 있냐는 얘기다.
약수터 찾는 대전시민들
‘부적합’ 나와도 수돗물보다
낫다
하루 평균 600명 이상이 이용하는 수통골(유성구 계산동) 약수터. 지난 7월 15일 검사결과 음용부적합 판정이 나붙었지만 물을 길러 오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간혹 ‘부적합’이라는 결과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물통을 채워가기 바쁘다.
수통골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이곳 약수터는 엄밀히 말하면 지하수다. 10여년 전 땅속 200m를 뚫어 끌어올린 물은 지금까지 대전시민들의 식수로 이용되고 있다.
부모님께 물을 떠 드리러 왔다는 한 시민을 만났다.
“부적합이라고는 하는데 물맛 괜찮다. 평소랑 똑같다”고 말하는 함영국(37·서구 월평동)씨는 “사실 수돗물이 더 의심스럽다. 아는 사람이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일하는데 생수 사 먹더라”며 약수를 이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빈 정수기 통을 가져온 최근환(53) 씨는 “물맛도 좋고 시설이 잘 돼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집에서는 수돗물을 받아 정수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6월 30일 현재 대전시에서 관리되고 있는 ‘먹는 물 공동시설’은 모두 55개. 하루 이용인원은 평균 1만 4천여명이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5만 5천명 이상이 약수 및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시설은 1988년과 1990년을 전후해 만들어졌고, 수질검사는 1년에 4번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다. 보통 여름철에 부적합(대장균 수치 초과) 결과가 나오는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서구 수질관리과 조방연 씨는 “하절기에는 월 1회로 검사횟수를 늘이고 주변 환경정리에 더욱 힘쓰고 있다”며 “대장균 수치가 높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끓여먹을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이츠수’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송촌정수장에서 제조되는 이 물은 공공행사나 기관회의 때 제공되는데, 마셔본 사람들은 ‘수돗물과는 다르다’는 반응. 정수장에서 바로 물이기 때문에 수도관을 거친 물과는 맛이 다르다. 때문에 가정에서 수돗물을 받아 직접 식수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실제 지난 7월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200명 중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57.8%에 달했다. 이유로는 ‘막연히 불안해서’ 43.9%, ‘냄새가 나서’ 26.3%, ‘녹물이 나와서’ 12.2% 등으로 그대로 마신다는 비율은 1.7%에 그쳤다.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한다는 사람들은 끓여서 마신다 42.3%, 정수해서 마신다 38.9%였고, 나머지는 먹는샘물 8.6% 약수터 이용 7.7%. 수돗물 불신의 분위기가 만연한 현실에서 수돗물이 음용수로 적합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대전시 수돗물에 대한 검사항목은 55가지. 대전시상수도사업본부는 WTO에서 권장하는 125개 항목으로 그 수를 늘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대전시상수사업본부 이운영 기술부장은 “시설정비와 수질검사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관이 노후되어 녹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금년까지 교체공사를 하고 나면 9km 정도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수도관은 총 4200km. 그중 개량이 필요한 714km의 공사가 거의 끝났다. 매달 160개 정도씩 공급라인의 정비도 끝났지만, 옥내의 급수관까지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태. 가정의 수도꼭지가 노후되어서 녹물이 나오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1994년 이전에는 아연도금관 사용을 인가해줬지만 94년 4월 이후 내식성 자재를 쓰도록 기준이 바뀌었다. 1996년 이후 입주한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수질을 인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운영 기술부장은 “미국의 경우 지하수를 먹는 사람 중 일부만이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수기가 너무 보편화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시수돗물 곰팡이내 비상
“밥을 해도 냄새가
안가셔…”
대덕구 비래동에 사는 주부 장영미(41) 씨는 지난 8월부터 한달이 넘게 수돗물에서 나는 곰팡이 내에 시달려왔다. 아침밥을 할 때마다 물에서 나는 쾌쾌한 냄새 때문에 밥을 해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 듯했다. 심지어 물을 받아 콩나물국을 끓이는데 김에서도 냄새가 났다.
9월 9일 오전 10시 반 오후 11시, 10일 오전 10시 반 오후 11시, 11일과 12일 오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장영미 씨가 받아놓은 수돗물에서는 12일 오전 11시에 받은 물만 제외하고 모두 곰팡이내가 났다. 냄새의 정도는 모두 달랐으며, 일찍 받아놓은 두병의 물에서 연한 녹색빛이 난다는 것. 9일 받아놓은 물은 3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릿한 곰팡이내가 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날 받은 물과 비교하면 누구나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밭대학교 류병로 교수는 “조류는 소독과정을 거치며 죽지만, 시체에서 나는 썩은내(이취미)가 끝까지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초부터 곰팡이내 때문에 찝찝함을 느꼈던 장영미 씨는 대덕구청과 상수도 사업본부 대전광역시 신문고에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원하는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대전광역시 신문고에 전화를 받은 직원은 “또 물이에요?” 하더니 담당부서에게 전화를 돌렸다. 두 번 세 번…. 통화를 기다리던 장영미 씨는 결국 의견도 제시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어야했다. 지난 9월 12일 장영미 씨 집을 직접 찾았을 때 수돗물의 상태는 많이 좋아져 있었다. 기자가 방문하기로 한 아침까지만 해도 냄새가 났는데 오전 11시경 수돗물에서는 ‘염소’ 냄새가 났다.
“오히려 염소 냄새가 나니깐 안심이에요. 적어도 곰팡이 냄새는 없어졌으니까요. 양치질을 하는데 입안의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장영미 씨는 이제 입안을 헹구고 난 물을 삼킬 수 있게 됐지만, 언제 또 불쾌한 냄새가 시민들을 괴롭힐런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