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검찰청이 폐지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검사는 1)경찰이 구속하겠다고 덤비는 사건의 20프로 내외를 불구속하라고 반려하는 역할, 2) 경찰이 기소해야 한다고 송치한 사건 중 30-40프로는 추가 수사를 통해 기소하지 않고 걸러주는 역할이 업무의 99프로였습니다. 물론 1년에 10여건 정도의 정치적 사건을 직접 수사했지만 검사 업무의 대부분은 이런 일이었습니다.
그런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국민의 인권보호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 온 검찰의 긍정적인 역할까지 부정당하고,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현실을 초래한데 대하여 오랜 기간 검사를 했던 사람으로 통한의 참회록을 씁니다.
1. 우선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검찰은 지금까지 국민들께서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준 검찰권을 너무 오만하게 사용해 왔습니다. 범죄자를 발굴․처단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검찰의 존재 의의라는 사명감이 지나친 나머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면서, 공권력 행사 과정이 너무 거칠고, 잔인하고, 정제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공정’하다는 신뢰를 잃었습니다.
우리는 정의감이 지나치면 잔인해진다는 한비자의 경고를 잊었고, 과유불급의 세상 이치를 가볍게 여겼습니다. 검찰은 권력에 취해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고,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와 희망에 무관심했습니다.
어떤 학자가 우리 사회의 특징을 angry society(분노사회)라고 명명했듯이, 유난히 '공정과 평등'의 가치에 민감한 우리 국민들은 분노하고 억울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형사절차에서 그 '억울함의 해소'를 목놓아 외쳤지만, 우리 검찰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국민들은 검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태어난 준사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악착같이 꼬투리를 잡아 처벌하려는 잔인하고, 인정머리 없는, 경찰보다 더 가혹한 기관'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쯤되면 경찰과 구별되는 검찰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관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검사중에는 종전 검찰의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검찰문화는 달랐습니다.
저도 검사시절 '거악을 척결하는 임무 못지 않게 섬세한 손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검잘권 행사'에 늘 관심을 가졌고, 천안지청장 시절에는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고소취소한 사건은 설사 범죄가 성립되더라도 과감하게 기소유예 처분을 해서 벌금도 내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전고검에서 사무감사가 나와 전국 평균보다 기소유예 처분 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검찰이 정도를 이탈한 모든 책임이 검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이라는 권력의 열린 팔을 자신의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한 통치권자의 책임도 절대적이었습니다. 사실 검찰 개혁의 요체는 권력자가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 기억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신 대통령이었습니다.
2. 후배 검사님들은 이제 과거를 잊고 조용히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선배들의 잘못으로 이런 사태가 온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지만,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이제부터 검찰은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막는 ‘게이트키핑’ 역할이 본연의 임무라는 위상을 분명히 했으면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보완수사권은 검찰 스스로 사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검사가 굳이 보완수사권을 행사해서 국민을 악착같이 처벌하려고 달려들 필요가 없습니다. 법률전문가 입장에서 기소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보완수사를 요구했는데도 증거가 부족하면 불기소하면 됩니다. 물론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처벌되어야 할 범죄자는 빠져나갈 것입니다. 지금도 일선 실무에서는 벌써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억울한 국민들은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충동이 일 것이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자랑인 치안 질서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들은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검사만이 책임진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기 바랍니다. 국민의식도 변했고, 다른 기관도 검사 못지않게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세계적으로 검사제도는 확대 강화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영국만 하더라도 1980년에 검찰 제도가 본격 시행되어 최근 수사권까지 강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그러니 검찰은 앞으로, 1)국민들이 억울할 때 하소연을 들어주는 친절한 기관, 2)국민들이 아파할 때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따뜻한 기관, 3)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다는 믿음을 주는 신뢰받는 기관, 4)철저하게 법률 이론으로 무장한 실력있는 기관, 5)검사의 권한은 오직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라는 의식으로 가득찬 겸손한 기관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조용하게 하십시오.
그러면 아마 현명한 우리 국민들은 검사에게 수사권이나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마음이 무겁고,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