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금 직후 취소 버튼 하나만 있어도 피해 막을 수 있어"
- 호주 등 해외 사례 참고한 금융 시스템 보완 정책 시급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최근 국책 연구단지 인근 소상공인들을 타깃으로 한 지능형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이번 사기 수법은 연구기관의 구매 담당자를 사칭해 ‘긴급 수의계약’을 제안하며 소상공인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월 27일, 오창의 한 연구센터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본원 자산팀 과장을 사칭한 사기범은 "전산 오류로 기존 업체의 수의계약 한도가 초과되어 긴급하게 물품 공급이 필요하다"며 접근했다. 사기범은 위조된 명함과 함께 물품 공급업체까지 지정해주며 계약 이행을 종용했다.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공공기관 납품이라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A씨는 지정된 업체에 물품 대금 1,50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추가 발주를 언급하며 입금을 재촉하는 과정에서 이상함을 느낀 A씨가 경찰서를 찾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A씨는 사기 사실을 인지한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지급정지를 요청했으나,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계좌 이체 시스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A씨는 "물품 구매 시 카드 결제는 취소가 가능한 것처럼, 인터넷 뱅킹에도 송금 직후 1~2시간 이내에 '이체 취소'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이런 피해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넷 뱅킹 시 이체 취소 기능을 도입해 송금 오류나 사기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연이체 서비스'가 운영 중이지만, 사용자가 일일이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인지도가 낮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기범들이 여전히 같은 수법으로 활개 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5일에도 같은 장소를 방문한 다른 업체 관계자가 동일한 사기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국민청원과 국회를 향해 간곡히 호소했다. "열심히 일하는 소상공인들이 왜 이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은행 계좌 이체 시 '직전 취소 버튼'을 제도화하여 사기꾼들이 자금을 인출하기 전 골든타임을 확보해달라"고 제언했다.
사후 약방문식의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금융거래 시스템 자체를 범죄 예방형으로 재설계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상공인이 어깨를 펼 수 있는 나라는,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허무하게 범죄자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보안 및 대응 팁>
현재 거래하시는 은행 앱에서 '지연이체 서비스'를 신청해 두시면, 이체 후 최소 3시간 후에 입금이 완료되어 그사이에 이체 취소를 할 수 있다.
일부 은행이나 지자체에서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보험을 무료로 가입해주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해 보시길 권장한다.
형사 접수 후 범인의 계좌가 특정되면, 해당 계좌에 남아있는 잔액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으니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란다.

